[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 ·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담배를 취급하는 'KT&G'는 홈페이지에 '보다 나은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상상 실현 기업'이라고 소개한다. KT&G하면 담배인삼공사란 단어와 담배와 인삼 제품인 정관장이 떠오른다.

'흡연'과 '보다 나은 삶'이 어색한 만남인 것처럼 KT&G는 건강에 해로운 담배와 건강에 이로운 정관장을 함께 공급하는 모순을 지닌 기업이다. 이는 흡연자 마음과 닮았다. 흡연자들은 담배로 건강을 해치지만, 스트레스 해소로 건강을 챙긴다며 너스레를 떤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담배는 건강에 해롭다"고 말한다. 스트레스 해소와 소화 촉진에 도움 된다는 개인 의견도 존재하지만, 담배는 소화기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만성 소화불량의 주범으로 꼽힌다.

정부는 건강에 해로운 담배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담뱃갑 포장지에 흡연 질환 사진과 경고문구를 넣도록 규정했다. 담뱃갑 포장지 금연 경고 이미지는 끔찍할 정도다. 경고문구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흡연자는 여전히 많다. 보건 관련 기관은 적극적으로 금연을 권한다. 금연학교 운영, 담배가격 인상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친다.

담배를 향한 사회 분위기도 금연 쪽에 힘을 더한다. 테이블 위에 있던 재떨이는 찾아볼 수 없다. 흡연자는 이제 가정이나 직장에서 기피 대상이 됐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담배시장 동향'을 보면 2022년 담배 판매량은 36억 3천만 갑이다. 2021년보다 1.1% 늘어난 수치다. 연초로 불리는 궐련 담배판매는 전년보다 줄었고,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는 21%나 급증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전체 담배 판매량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담배판매 세수는 11조 8,000억에 이른다.

담배는 유통기한이 없을까? 담배는 식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딱히 유통기한을 기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담배도 변질한다. 금방 지은 밥이 맛있듯, 담배도 시간 흐름에 따라 맛이 변한다. 세계적인 담배회사들은 권장소비기간을 6개월로 정한 뒤 이를 표기한 제품을 출시한다. 담배 맛과 향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KT&G는 제조일과 제품생산관련자 이름을 표기하는 '품질 실명제'를 운영한다. KT&G에서 생산하는 담배는 담뱃갑 밑면에 다섯 자리 번호를 표기한다. 첫 번째는 숫자는 생산연도, 나머지 네 자리는 날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10504'일 경우 2021년 5월 4일 제조된 담배다. 

국내에 수입되는 담배는 대부분 10자리 일련번호를 적는다. 'KB33132505'라면 K는 Korea, B는 지역 이니셜, 1은 연도(2021년), 325는 1년 중 325일째( 11월 21일), 05는 시간(오전 5시)을 말한다. 일부 제품은 제조일 대신 각 브랜드별 일련번호를 인쇄해 제조일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제대로 된 담배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생산된 담배 종류에 따라 제조일자를 확인해야 한다. 

흡연은 의사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많은 병의 위험요인이다. 새해를 맞아 모처럼 새운 금연 결심을 반드시 성공하길 바란다. 다만, 흡연을 피할 수 없다면, 제조일자와 가까운 제품을 찾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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