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벌이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 '드론', 초딩 3학년인 외손주의 방과 후 수업 덕에 조종기를 잡아봤다. 전·후진은 그럭저럭 재미를 붙였으나 롤러코스트 비행 등 갈수록 익혀야 할 디테일들로 넘쳐났다.

'생활 편의뿐 아니라 무기 쪽으로 용이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위협요소일 거'란 예측과 함께 손주는 농업을 예로 들었다. 드론은 물과 비료, 농약 시비와 농작물 생육까지 불가능한 게 없단다.

그런데 지난 세밑 북한 무인기가 난리를 쳤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니도록 군의 대응은 어리바리했다. 북한 무인기로 판단하지 못했을뿐더러 긴급 상황으로 분류·공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합참의 어깃장으로 모자랐는지 국방부 대변인도 과잉 유감 등 소설 쓰고 각색하듯 반박 공조에만 핏대를 올렸다. 선뜻 이해 못할 총체적 난맥상, 된통 맞아 싸다. 전략 미숙도 유분수지. 

◇진짜 위협?

최근 북한의 잦은 미사일 발사에 드론 침공까지 보태 상대적 '비교 우위' 걱정이 늘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주목받는 무기도 최신형 탱크·전투기가 아닌 드론였다. 군사적 위협은 이미 차고 넘쳤으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전략 역시 강군과 멀었다. '막강 철통' 시늉만 하다 옴팍 당한 셈이다.

감각마저 무뎌진 혼선(직무유기)을 반성한다. 만약 더 큰 국가 위기로 비화했더라면 어땠겠나. 아찔하고 섬뜩한 잔상과 함께 2010년 3월 6일 백령도 해상에서 우리 해군 천안함이 피격돼 두 동강 난 채 침몰했던 사건일지가 떠오른다. 772함 수병 마흔 여섯 아들, 물살 센 바다 속에서 조국의 별이 돼 잠들었으나 그동안 우린 너무 잊고 살아왔다. 

진짜 위협은 정보기술(IT)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그쪽으로 최상위권 인프라를 지녔지만 무인기 앞에서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북한 도발 정보 분석 대응 시스템)'까지 제 역할을 못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5G 시대의 유선 전화가 웬 말인가, 여야 정치권부터 큰일 터지면 모두 네 탓 속에 진상조사다 뭐다 당리당략에 도취해 패쌈하듯 떼로 뭉쳐 다니며 드론보다 시끄럽게 '웅웅'거렸다. 군 개혁 역시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잊고 있다. 나라와 국민·가족과 전우의 안전장치가 풀리면 '필패'란 건 역사적 교훈이건만.   

◇유비무환

초기 대응은 그렇다 쳐도 손 봐야 할 곳이 한둘이 아니다. 왜 유사 사태가 끊이지 않고 그 때마다 허둥대나.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군 전력에 대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이번 사태(허술한 대응)를 반면교사로 정직한 되새김과 올바른 정부와 군의 궤도, "독자적 정보·감시·정찰(ISR) 기반 능력 확충, 한국형 3축 체계 능력·태세 및 대응 능력 강화, 전략사령부 창설 가속화, 미국 확장억제 실행력 획기적 제고, 한미 연합연습·훈련 등 6개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국방부 업무 보고를 믿을 수밖에.

2등처럼 처연한 싸움은 없다. 목표는 결국 전쟁 억지다. 도발에 대한 선제·방어·응징 강수까지 안보 딜레마를 넘어 오판 근거를 만들어주지 말아야겠다. 군의 혁신이 그냥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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