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이른바 유명인사들의 학력위조가 사회 전반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지만, 대학을 비롯한 사회 일각에서 학력위조가 공공연한 소문으로 나돈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위조가 가벼운 범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력위조는 범행 당시 즉시 해결되지 못했다. 정말 오랫동안 시중에서 소문으로 떠돌다가 광주비엔날레 책임자 임명과 같은 큰 사건에 부닥쳐서야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나게 되었다. 우리 사회 운영시스템이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의리를 중시하는 사회 특성 상 부정행위를 적극적으로 고발하기보다는 애써 외면하거나 감싸주는 관행도 한몫을 했다.

학력위조라는 부정행위가 반드시 일소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범죄행위라는 사실과 함께 원칙을 지키며 사는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불법이나 편법, 사이비가 판치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이번 파문 역시 우리 사회가 부정이나 편법으로라도 학력을 위조해야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출세를 위한 학력위조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후진적 의식과 운영시스템 속에 머물러 있는 대학에 그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뒤떨어진 행정의 책임 탓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할 만큼 사이비 교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도의 전문지식이나 학문적 탁월성보다는 정치권력이나 특별관계 또는 광고목적에 의하여 학자로서의 자격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교수가 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학력위조 범죄자들은 물론이고 한국의 4류 대학만도 못한 외국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을 버젓이 교수로 채용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고 있으니 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출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인사들에게 석&amp;amp;amp;amp;middot;박사 학위를 남발하다 보니 진짜 박사들이 사이비 취급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은 애써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외면하고 있지만, 사이비 교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한 대학의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대학 교수보다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아예 대학교육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 대학교육이 활성화된 것 같지만, 세계 100위권 안에 드는 일반대학은 하나도 없다. 그 속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대학이 양심이 있다면, 이번에 불거진 학력위조 사태를 그 위상을 바로 세우는 절실한 기회가 삼아야 한다. 학력위조 부정행위자들 뿐만 아니라 그에 버금가는 사이비 교수들도 추방하는 것이 마땅하다. 왜냐하면, 이들로 인하여 대학의 본질이 훼손당하고 있으며, 대학의 질 또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구나 강의의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 또한, 인성이 중요시 되어야할 상아탑에서 인간적으로 신뢰하기도 어렵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 피해가 모두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학생들에게 불량 교육상품이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양심이 담겨있지 않은 학문은 사악하다. 진실을 모르는 학생들이 그와 같은 사람들 아래에서 학문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가. 대학은 올바른 정신과 도덕성을 가지고 새로운 변화를 제시하는 주체세력이다. 그래서 교육은 모든 사회에서 기초가 되는 기간산업이다. 대학 스스로 엄정한 검증시스템을 확립하여 학력위조와 같은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사이비 학자들을 일소함으로써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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