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아동문학가

10년 훌쩍 넘은 모 방송국 인기 드라마 ‘보고 또 보고’ 열풍이 거세다. 재방영에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부담감이 없다는 평가다. 부모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맏딸 금주와 미운 오리 새끼 동생 은주 자매 중심, 갈등과 사랑·화해를 담은 주말 연속극이다.

마침 교장(이순재)의 등장은 ‘가재는 게 편’ 반추 아니었나 싶다. “교장 선생님, 전화 받기 위해 학교에 계신건가요?” 학부모 전화마다 담임을 불러 따지고 달달 볶아 댔으니 당해도 싸다. 여북했으면 보건교사 앞에서 장휴일(출장 등으로 교장이 학교 없는 날) 예찬 너스렐 떨까.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가 살아온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필자 역시 ‘무드일’ 운운했던 지난 기억 뒤로 흥미진진하다.

◇조이고 풀어야

정년 후 금연학교를 맡았을 때다. 전문 강사 강의가 달아오를 무렵 한 아이가 몸을 부르르 떨며 “선생님, 담배 딱 한 모금만 빨고 오면 안 될까요?” 숨이라도 넘어갈 위급 상황 같았다. 부리나케 화장실로 향하더니 금세 환해져서 돌아와 “정말 딱 한 모금 약속을 지켰습니다. 휴~” 조금 전과는 딴판으로 생동생동 살아났다. 금단현상을 우습게 봤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금연교육 마지막 날, 소감문의 최우수 주인공은 보건교사조차 포기(중독 판정)한 그 골초 학생(나를 살린 담배)였다. 본인도 믿기 어려웠는지 상을 받으며 연실 멋쩍게 웃어댔다.

최근 촉법소년 범죄가 장난 아니다. 2017년 7,897건 에서 2022년 10월 현재 13,536건으로 5년 동안 무려 두 배란 통계다. 수법까지 날로 대담해져 현행 만 14세에서 한 살 낮추려는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상태다. 반면, 미혼모와 성문제·마약과 음주·절도·폭력 등 대부분을 신체적 성숙·사회 환경변화(소외 현상 심화 텔레커뮤니케이션 발전)로 돌리지만 가정 보호기능과 인성교육의 약화 원인이다. ‘학력으로 인성 커버 VS 인성이 무너진 학력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매달려 ‘인성=진짜 학력’ 논거를 담아낸다. 결국은 인성, 학력 둘 다 조이고 푸는 교육 아니겠나.

◇교육콘텐츠

도덕적 언설로 공정을 부르짖던 교무부장·국회의원·장관·장관 후보자까지 시험지 유출·부정 채용·허위 스펙·편입학 불공정 등 이른바 ‘음서(蔭敍)’ 뺨치는 대형 사고를 쳤다. 부모가 찌질하게 조롱거릴 만들어 놓고 반성은커녕 모질게 당당하다. ‘보고 또 보고’ 드라마도 반 아이와 자장면 먹으며 우연히 만화방에 머문 담임선생(박용하)이 마침내 투사로 돌변했다. 그걸 꼬투리 잡은 교장을 향해 “교장 선생님은 만화 안 보고 크셨느냐” 송곳 공격을 날렸다. 그 장면을 보며 필자라고 마음 편했겠는가. 넉 다운된 학교책임자 입장에선 몇 날 며칠 엎치락뒤치락 거렸지 싶다. 그러다 왕따 시킨 반장을 체벌(손바닥 다섯 대)한 게 학교폭력으로 비화돼 담임은 불쑥 사직서를 냈다. 그렇다고 “교장 못해 먹겠다” 선언하면 학부모 시청자는 뭐랄까. 더군다나 사돈지간으로 발전한 정 선생-교장인데 말이다. 여전히 국민 대다수를 한꺼번에 꿰찰 ‘교육콘텐츠’, 드라마의 수명임을 작가는 절치부심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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