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시중의 유머 한토막부터 소개한다. 제목 교수와 거지의 공통점. 첫째, 되기가 어렵지 되고나면 더없이 편하다. 둘째,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 셋째, 맛들이고 나면 도저히 그만두지 못한다. 넷째, 작년에 한 이야기를 또 한다. 다섯째, 뭘 들고 다닌다.

정년 65세. 우리나라에서 법정 정년이 제일 높은 직종. 자기들은 적으니 어쩌구 해도 평균 임금도 상위 랭킹에 들어가는 직종. 자기 우월감에 심취하는 대표적인 직종 등 등. 바로 대학교수들을 바라보는 세인의 공통적인 시각이며 시니컬함도 담겨있다.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상아탑에서 진리 추구와 후학들의 학문 정진의 선도자야 할 주역인 교수들이 끝도 없이 벌이는 아집의 흙탕싸움이 허탈과 분노,원망의 탄식속에 조종을 울렸다. 십수년이나 끌어 온 분쟁의 메카 서원대의 무주공산 컴백 전말이다.


-서원대 사태의 진앙지


3년 전 서원학원 채권을 인수 한후 줄곧 인수를 추진 해 온 현대백화점 그룹이 손을 뗌으로서 서원학원은 다시 표류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이유야 여럿이지만 표면적으로는 단 하나, 교수들의 행태에 질려버렸다는 것이다지 전 이사장파와 그 반대진영, 여기에 교수회까지 가세한 주도권 다툼에 자기들끼리의 소송, 흑색선전 등이 인내할 수준을 넘어버렸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현대백화점 그룹의 인수 의사에 대한 순수성을 의심하고 마타도어가 퍼지는 등 의 진통을 겪으면서도 현대측은 나름대로 인수의지를 견지했다. 그들 말 대로 수도권에도 인수할 대학이 여럿있지만 서원학원 인수를 통해 육영사업의 기치를 거양하겠다는 외견의 명분과 대다수 구성원들의 지지속에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듯 했지만 결정적으로 터진 대학구조 개편과 새로운 교수회 구성의 거부를 보고 '당신들은 안되겠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김병일 이사장이 현대백화점그룹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발표 한 3시간 뒤 그룹수뇌부는 회의를 열고 인수포기를 결정했고 이 통고문은 그간과 달리 정의선회장 명의로 발송됐다.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무거운 메시지가 담긴 통고이다. 그 3시간 사이에 무엇이 정회장의 결심을 굳히게 했을까 추측을 해 보게 되지만 저런 막무가내 교수들이 있는 한 정상화는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장삿속이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이렇게 됨으로서 서원학원 사태는 원점으로 되돌아가 정상화의 길은 다시 요원해진 것으로 보여진다.



-이전투구에 지성은 실종


그렇다면 이 파국의 희생자는 누구일까. 물론 인수를 희망했던 대다수 교수와 교직원, 학생 등 구성원이겠지만 지역사회도 적지않은 피해를 본 셈이다.너무나 긴 세월 학문의 전당이라는 고유 가치를 상실한 서원학원에 대해 걱정과 관심, 그리고 진정한 지역사회속의 대학으로 거듭나길 바랐던 지역민들에게등 뒤에서 비수를 꽂은 형국이나 다름없다. 시정잡배만도 못한 이전투구와 협잡,뒤통수때리기 등의 추잡함으로 이제 더 이상 어떤 애정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든 일부 서바이벌 게임을 한 교수들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이 인수 후 구조조정의 칼날이 자신들을 겨냥할 것이 확실한 위기감에 현대백화점를 불인정하는 전략으로 맞서 생존의 기틀을 되찾은 이면에는 새주인을 고대하던 대다수 구성원들이 '서든데스' 경기를 벌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과 맞바꿔졌다. 주인없는 상태의달콤함을 맛본 그들이 승리의 찬가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대기업 현대백화점 그룹에도 유감이다. 3년전 전격적으로 채권을 인수하고 학원인수에 집착을 보이던 그 열정(?)은 어디로 가고 올때와 마찬가지로 일방적 포기를 선언하는 오만함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엿보기는 어렵다. 때마침 불어닥친 사학부실과 구조조정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셈법도 포기의 근저에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지금까지의 접근방식으로 볼 때 '집안싸움'만 내걸은 포기명분은 약할 수 밖에 없다.울고싶었던 현대백화점에 교수회가 뺨을 때려준 꼴 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일부 교수들의 행위는 정당성을 얻기가 어렵다.



/이정 편집국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