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걸음걸이가 제법 활발해졌다. 추워서 움츠렸던 등도 펴지고, 눈 녹은 거리도 거침없이 보폭을 늘려 쭉쭉 걸어본다. 빙판에 넘어질까 봐 주저했던 저수지 주변 걷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몸에 힘이 생긴다. 어디서든 물이 오르는 봄이다.

외부 활동이 적었던 지난겨울에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건강 관련 동영상을 많이 보았다. 때로 거실에서 동작을 따라 하기도 하고 날씬하게 쭉 빠진 모델에 현혹되어 그런 몸을 상상하며 스트레칭도 같이 해 보았다. 고난도의 동작이거나, 운동 장소가 필요한 것들은 효과가 있다고 해도 습관환 하기는 꽤 어려웠다.

어느 날 우연히 ‘앞만 보고 살지 말고, 뒤도 보고 가끔은 하늘도 보면서 살라는 말과 함께 소소한 운동법이 소개되는 걸 보았다. 그로부터 매일매일 그것을 따라 했다. 그냥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아무 때나 쉽게 할 수가 있어서 지속적으로 실행이 가능했다. 그렇게 사소한 행동만으로도 몸이 좋아진다는 것을 믿기는 어려웠지만, 지구력이 없는 필자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눈을 뜨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길게 늘여 기지개를 펴 몸을 늘인다. 몸을 깨운 다음, 일어나 심호흡을 하면서 고개를 젖혀 천장을 본다. 그럴 때는 몸에서 들리는 소리에만 귀 기울인다. 목덜미가 시원해지고 뱃속의 장기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틈이 생기는 느낌이다. 식후에 이 활동은 소화를 돕는다고도 했다. 목주름도 당겨지는 느낌이다. 플라시보 효과를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늘을 보았으니 이제는 뒤도 좀 돌아볼 시간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깨는 고정하고 뒤를 본다. 뒤를 본다고는 했는데 옆만 겨우 보였다. 머리카락 두께만큼 날마다 방향이 뒤로 향할 것을 믿는다. 갑자기 미스터트롯에 출전한 ‘자유관절’의 기인이 생각났다. 허리 쪽부터 시원함을 느끼며 반대로 고개를 돌려 뒤를 본다. 그리고 절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 바닥을 본다. 몸의 어느 부분에서 아프다고 말을 걸어오는지 집중하며 반복한다. 시간을 잴 것도 없다.

출근길 차 안에서는 동안 미인을 꿈꾸며 밝은 기분으로 입꼬리 올리기를 한다. 혀끝으로 입천장을 들어 올리는 ‘은’ 소리를 반복한다. 사진을 찍을 때도 ‘은’ 소리를 내면 광대가 살짝 올라가고 입꼬리도 올라간다. 이것은 하루에도 여러 번 생각나는 대로 반복한다. 곱게 나이 들어간다는 말을 듣는 이유이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신호등을 여러 개 만난다. 신호 대기에 멈추면 그때는 손뼉을 친다. 손뼉을 치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기쁘고,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치기 때문에 손뼉을 치면서 건강한 자신에게 축하를 건네는 것이다. ‘은’을 해가며 손뼉 치다 보면 기분은 과학적으로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출근해서 사무실 문을 열 때쯤에는 좋은 일이 있냐는 인사를 받기도 한다.

지하철을 타거나. 신호등 앞에 서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몇 분간은 까치발로 딛고 서거나 깨금발을 한다. 어떤 순간도 무료해지지 않는다. 수십 가지 틈새 운동 팁을 총동원한다. 열 시간 한라산 등정이 가능했던 것이 하루 몇 분씩 쉬지 않고 반복했던 작은 습관의 결과라는 것을 안다. 가끔은 산악회 대원들을 따라 지루하고 고달픈 산행을 하는 것은 다리가 안녕한지 안부를 묻기 위함이다.

오늘 걸어야 내일도 걸을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 ‘걸음아 날 살려라’라는 말의 의미에 공감한다.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어서 푼돈 저축하듯이 걷는다. ‘걷쥬’프로그램에서 서산 마늘 한 상자가 배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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