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왕이 병이 들었다. 세상에서도 보기 드문 괴상한 병으로 의사는 왕이 사자의 젖을 마셔야 낫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자의 젖을 어떻게 구하느냐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머리 좋은 한 사나이가 있어 사자가 살고 있는 동굴 가까이 가서 새끼사자를 한 마리씩 어미사자에게 주었다. 열흘쯤 지나자 그는 어미사자와 친하게 되었다. 그래서 왕의 병을 고칠 사자의 젖을 조금 짜낼 수가 있었다. 돌아오는 도중 그는 자기 몸의 각 부분이 서로 다투고 있는 백일몽(白日夢)을 꾸었다. 그것은 신체의 여러 부위 중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중요하냐에 대한 논쟁이었다.

발은 자기가 아니었다면 사자가 있는 동굴까지 도저히 가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눈은 자기가 아니었다면 볼 수가 없어서 그곳까지 가지 못했을 거라고 주장했다. 심장은 자기가 아니었다면 대담하게 사자에게 가까이 가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혀가 주장했다. “아무리 그래야 내가 아니면 너희들은 아무런 소용도 없게 될 거야.” 그러자 인체의 각 부분이 일제히 나서서 “뼈도 없고 쓸모도 없는 조그만 것이 까불지 마!”하고 윽박지르는 바람에 혀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 사나이가 궁궐에 도착할 무렵 혀는 이렇게 말했다. “누가 제일 중요한지 너희들에게 알려 주마.” 사나이가 왕 앞에 나아가자 왕이 물었다. “이것은 무슨 젖이냐?” 그러자 사나이는 느닷없이 “네, 이것은 개의 젖이옵니다.”라고 대답했다. 조금 전까지 혀를 몰아세우던 신체의 각 부분들은 그제서야 혀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깨닫고 모두 혀에게 사과했다. 그러자 혀가 말했다. “아니옵니다. 제가 말씀을 잘못 드렸습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자의 젖이옵니다.”

이 이야기는 중요한 부분일수록 자제력(自制力)을 잃으면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 세상 최초의 인간은 빵 하나를 만들어 먹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했던가. 우선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그것을 가꾸고, 그것을 수확하고, 빻아서 가구로 만들고, 반죽하고, 굽고…. 적어도 15단계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돈만 내면 빵집에 가서 만들어 놓은 빵을 사올 수 있다. 옛날에는 한 사람이 해야 했던 15단계의 일을 여러 사람이 나눠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빵을 먹을 때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세상 최초의 인간은 자기 몸에 걸칠 옷 하나는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던가. 들에 가서 양을 사로잡고 그것을 키우고 털을 깎고 그 털로 실을 만들고 옷감을 짜고 그것을 다시 꿰매어 입기까지는 상당한 노고를 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돈만 내면 옷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살 수가 있다. 옛날에는 혼자 해야 했던 많은 일을 여러 사람이 나눠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옷을 입을 때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탈무드’에서는 4개월이나 6개월 때로는 7년이나 되는 오랫동안 어떤 문제에 대하여 사람들이 논의를 제기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그래도 그 중에는 결론이 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이런 이야기의 맨 끝에는 “모른다.”고 쓰여 있다. 이 교훈은 “알 수 없을 때에는 모른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또 ‘탈무드’ 안에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결정을 내린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반드시 소수의 의견도 아울러 소개되고 있다. 소수의 의견은 적어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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