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인간이 지구상에 살면서 태초에는 수렵 생활을 했다. 열매를 따먹고, 사냥을 하며 살던 인간이 불이라는 문명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불에 익힌 고기를 먹고, 뇌가 커진 인간들은 드디어 맛있는 과일의 씨를 심고 작은 동물을 잡아 우리에 가둬 기르면서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대전환을 했던 것이다.

우리의 농경문화는 씨족사회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상호간 농사일을 도와주는 두레와 품앗이로 어려운 농사일을 해왔다.

산업화의 길로 접어들면서 농촌의 젊은이들이 공장을 찾아 도시로 떠나고 농촌 공동화 현상이 일어났으며 이어진 저출산 고령화의 덫까지 덮치면서 일할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이 되어버려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농업을 영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는 심각할 지경이 이르고 있다.

실례로 우리나라의 양파 주산지인 무안지역에서 양파 수확 시기에 8만 원 정도 하던 외국인 여성 근로자의 하루 인건비가 17만 원까지 올라가는 기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렇게 되자 최근에는 농업의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려 하는 농업인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농촌의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자체장이 직접 나서서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오는데 진력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는데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농업 현장에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도시와 농촌이 따로 구분되지 않았건만 산업화의 폐해로 농촌은 고립되고 농산업은 뒷전으로 밀리면서 일어난 일들이다.

결론은 농촌과 도시는 본디 하나였다는 점이다. 이렇게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할 때 쯤 우리 충청북도에서 전국 최초로 충북형 도시농부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도시에 거주하는 만 25세에서 75세 미만의 비농업인 유휴인력을 농촌의 일손 부족 현장으로 투입하여하루에 4시간 일하면 인건비로 6만 원을 지급하는 정책사업이다.

참가를 희망하는 도시민들은 연중 어느 때고 주거지역의 시·군 농정담당 부서나 읍·면·동사무소에 신청하면 된다. 참가자는 2일간의 작물 재배에 대한 기초 교육을 받게 되는데 이때 소정의 교육 참가비도 지원해 준다. 교육을 마친 도시농부들은 4월부터 현장 지원에 나서는데 농작물 파종이나 정식, 수확 등 일시적으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농작업 농장에서 4시간씩 일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농작업 일정에 맞춰 노동력이 필요할 때 시군별로 설치되어 있는 농촌인력중개센터에 요청하면 중개센터에서 신청된 도시농부 중에 일손이 남는 인력들을 모집하여 보내주는 방식으로 지원 시스템까지도 완벽하게 갖추어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신없이 달려온 산업화로 인해 도농 간 소득 격차는 물론 문화,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농촌이 많이 소외되어왔기에 도농 상생은 국가적으로도 큰 과제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였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 외국인 근로자의 수급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농촌의 인력난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 충북의 충북형 도시농부 육성 사업은 그야말로 오랜 가뭄 끝에 단비처럼 최고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이는 농촌일손 부족 문제와 도시민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는 물론 도시민들에게는 농업 농촌에 대한 이해로 농업 농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함은 물론이고 귀농 귀촌을 유도하면서 농촌의 소멸 위기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도농 상생의 모범사례인 것이다.

충북형 도시농부 육성 사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본 사업에 대한 기대는 크다고 생각한다. 우선 도시민들이 농작업 참여를 통해 농업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농심을 함양하면서 내 고장 농산물에 대한 구매 욕구가 더 강해진다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판로가 구축될 것이고 이로 인해 자연적으로 로컬푸드 운동이 확산되는 선순환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고령화 사회가 전개되면서 도시에서의 노인 일자리 창출과 유휴인력의 생산화는 국가 경제 발전에도 기여한다면 당연히 본 사업은 전국으로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절대적인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시름 하던 농촌에 마중물과도 같은 충북형 도시농부 사업이 도시민들의 관심과 많은 참여로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면서 참여하는 도시민들과 도시민들을 농장으로 인도할 농업인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아울러 도시의 주민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종 문화, 체육, 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이 단체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제언을 드리면서 충북형 도시농부 사업의 발전과 도시농부들의 활약에 큰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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