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아동문학가

조용했던 교실에 겨우내 모은 얘기 / 땅 밑 소식이 포개 앉았다 / 나뭇가지 눈뜨는 소리 / 새 학기 아이들처럼 시끄럽다 / 새싹도 나비도 아지랑이도 / 교실을 기웃거리며 ‘난 몇 학년?’ / 필자의 동시 ‘새 학기’다.

학교 풍경이 정겹다.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대학마다 장밋빛 분위기로 ‘백년지대계’ 기지개를 켠다. 교문 위엔 ‘입학 환영·새 학기 축하’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학부모는 밀원을 발견한 꿀벌처럼 분주하다. 임용고시 3수로 애타던 옆 라인 새내기 박선생도 미래를 만드는 작업을 위해 첫 출근(고등학교)했다. 2년 뒤면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튜터(AI보조교사)까지 데뷔하여 학생 개별교육을 맡는다.(교육부 계획) 그렇다면 당장 AI 기술 확보 인력(에듀테크 전문교사)이 다급한 상황인데 충북과 서울지역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 전원은 발령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져 혼란스럽다.

◇교학상장(敎學相長)

높은 교육적 성취란 과업중심 영역을 포함하여 인간관계의 배려·소통으로 긍정 고리를 형성해 나간다는 걸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우리나라 교육을‘붕어빵 교육, 공장형 교육’에 비유 “엘리트 교육과 평등 교육 사이의 이념 대립을 넘어서야 한다”며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과 디지털 기술이 만난 하이터치 하이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패러다임으론 4차 산업 선도형 창의융합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배배 꼬인 문제 정답 찾기 훈련이 아닌 인텔리전스(지식중심 무기)에서 이제 엑스텔리전스(아이디어 조합 무기)로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지펴달라는 간곡한 주문으로 들렸다. 그럴수록 사람 되는 풀무질이 우선돼야 한다.

마침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안 중 교육 부문 구도가 밝혀졌다. 28년 해묵은 유보통합(영유아교육+보육통합), 초등 전일제, 대학 기본역량제도 개편 등 굵직한 부분에 시동을 걸었다. 돌이켜보면 현 교육부 수장이 53대(2010년 8월 30일 - 2013년 3월 10일) 교육부장관 시절 ‘시·군교육청’을 ‘교육지원청’으로 명칭 변경하면서 현장의 소리를 외면했다. 관내 교육가족의 여러 데이터를 수집분석(청주교육청 학무국장 재직 시), 반대 입장을 피력하려들자 패싱된 걸 기억한다.

◇모노드라마?

교육 수난시대다. 단세포적으로 바꾸려들면 교육 현장에서는 괜찮다 싶은 내용조차 거부 또는 곧잘 질리게 된다. 개혁 플레이션을 너무 앞세울 때 성장엔진도 꺼진다. 멀리 봐야 한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 선거법개정’ 그야말로 난센스다. 감당 못할 정치 예속화를 무슨 재주로 어떻게 버티란 건가.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지난 연말부터 매주 국무회의에 배석한다고 들었다. 본격 개혁 겨냥 청신호다. 무조건 GO보다 콤플렉스를 존중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교육동맥을 만드는 게 순서라 싶다. “개혁의 시작과 끝은 사람”이다.(정운찬) 부연컨대 퍼즐 짜 맞추기식 모노드라마(교육부장관)의 우는 아닌지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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