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우연히 위스키와 브랜디의 향에 매료되고, 예쁜 병에 홀려서 사 모으게 되었다. 술은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엉뚱하게 꽂힌 것이다. 향긋한 유혹에 위스키를 한 모금 시도해 봤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러나 먹지도 못하는 짝사랑 수집은 시작되고야 말았다. 한푼 두푼 아껴야 만날 수 있는 밀당도 만만치 않았다.

위스키는 소위 말하는 ‘양주’의 대명사로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했고, 보리로 만드는 증류수이다. 브랜디는 과실로 만드는 증류수로 프랑스가 유명하다. 보드카는 러시아가 유명하지만 좋은 보드카는 폴란드산이라고 한다.

위스키는 나라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편의상 몰트(malt)는 맥아만 원료로 한 것, 그레인(grain)은 맥아를 제외한 곡물로 만든 것, 블렌디드 몰트(blended malt)는 그레인을 넣지 않고 몰트를 혼합한 것, 블렌디드(blended)는 몰트와 그레인을 혼합한 것으로 나뉜다.

브랜디는 보통 포도가 재료지만 다른 과일을 넣기도 한다. 브랜디를 코냑이라고도 하는데, 이렇게 부르려면 반드시 코냑 지방에서 생산된 브랜디만 가능하다.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이 역시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만 샴페인이다. 코냑 중 유명한 헤네시는 특히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위스키나 코냑을 모으면서 각기 다른 역사와 스토리를 알게 된 것도 즐거웠다. 외국에서는 굉장히 유명한데도 한국에서는 알려지지 않았거나, 한국에서 특히 몇몇 브랜드가 인기 있는 것도 흥미롭다.

한국에서 위스키 원액을 넣어 만든 것은 1971년이 최초이다. 국내에서도 국산 양주를 개발하는 노력이 있었지만 대부분 원액을 해외에 의존해서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국내산 원액을 개발했으나 호응은 별로 없었고 과거에 해외 수입 위스키와 정면 대결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위스키 시장은 점점 증가추세로, 예전과 달리 2021년 국내 최초로 소량 생산된 싱글 몰트 위스키는 반응이 괜찮았다고 한다.

증류소를 지으려면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고, 핵심은 세계적인 위스키가 명성을 쌓는데 걸린 수백 년의 시간과 노력이다. 만드는 과정도 엄격하고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시간과 공도 만만치 않다. 위스키는 3년은 지나야 숙성을 인정받고 스카치위스키는 12년은 지나야 맛을 인정받는다. 위스키 뒤에 붙은 12년, 18년, 32년 등의 숫자는 숙성기간을 뜻한다. 스카치는 12년과 32년을 섞으면 12년으로 표기한다.

이는 브랜디도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흔히 보는 X.O(extra old)등급도 숙성기간이 10년이다. 시작이 있어야 역사도 흐르니 기대는 하지만 장인정신과 인내심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음은 꼭 말하고 싶다. 외국의 팝(pop)을 받아 케이팝(K-pop)을 발전시킨 대한민국이니, 언젠가는 위스키와 브랜디로 세계를 뒤집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현재 나의 짝사랑은 술을 마시지도 즐기지도 못하면서 왜 수집하냐는 동생의 조언에 잠시 멈췄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항상 맞는 행동만 하겠는가? 언젠가는 헤어지겠지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즐거웠고, 역사를 공부하게 돼서 좋았으며 존재만으로도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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