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생각하며] 황혜영 서원대 교수 

칠팔년 전 다산초당을 찾아 강진에 갈 때였다. 내려가는 길에 근처 사찰을 둘러보고 나와 시골 길가에 잠시 차를 세워놓고 바람을 쐬었다. 바로 그때 도로 옆 덤불숲에서 "뚜루루루~"하고 새소리가 들려왔다. 이전에도 들어봤을지 몰라도 그때 처음 그 소리가 내게 다가왔다. 정확히 음을 흉내 낼 수는 없지만 대략 "뚜루루루~" 네 음절에 음이 '솔미미도'처럼 느껴졌다. 길옆 낮은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또 들리나 하고 귀 기울여보다 어느 순간 나도 "뚜루루루~" 하며 새소리에 화답해보곤 했다. 

그리고는 그 새소리를 잊고 있었는데 언젠가 옥화 자연휴양림 산길을 산책할 때 그 새소리가 다시 들렸다. 예전에 들었던 새소리를 알아보니 이제 그 새가 친구 새처럼 반가웠다. 그때부터인지 숲에 갈 때면 그 새소리가 들리나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대관령이나 미천골 강원도 여러 휴양림에서도 그 새소리를 종종 만났다. 밤새 조용하던 새들이 아침이 오자 울기 시작하는데, 모든 새들이 동시에 우는 것이 아니라 새 종류에 따라 깨어나는 시간이 다른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로 다른 새소리가 들렸다.

그 중에 내 친구 새소리 뚜루루루~도 있었다. 물론 다른 새소리도 듣기 좋은 소리들이 많지만 대부분은 분절음이 아니어서 그 소리를 쉽게 따라 흉내 내기가 어려운데 이 새소리는 뚜루루루~처럼 분절된 네 음으로 들려 귓가에도 계속 맴돌고 또 따라 내기가 좋았다. 

자주는 아니라도 몇 년 동안 그 새소리를 듣다 보니 소리로는 이제 친숙한데 한 번도 숲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본 적이 없어 어떻게 생겼는지 이름은 뭔지 너무 궁금했다. 이름을 모르니 검색도 못하겠고 소리도 녹음해봤지만 인터넷에 이미지 검색기능까지는 생겼는데, 소리 검색기능은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러던 차에 작년에 여러 분야 교수님들과 함께 융합연구로 수행한 60세 이상 지역주민 대상 노마드 융합프로그램 중에 개구리, 매미, 새의 다양한 종류 생김새도 보고 소리도 듣는 체험이 있었다. 혹시나 그 수업 자료에 내가 찾던 새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싶어 생물 교수님에게 오랫동안 궁금해온 새가 있는데 그 새가 뚜루루루(솔미미도)하고 운다고 하자 교수님은 아마 그 새가 검은등뻐꾸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직접 소리와 생김새를 확인해보라고 자료를 보내주셨다. 

설레는 마음으로 자료에서 검은등뻐꾸기 이미지 옆 음원을 클릭해 보니 맞다! 내 친구라 불러온 새 이름이 검은등뻐꾸기다! 이름을 알게 되자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나 말고도 이 새소리와 이름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또 사람마다 새소리를 나름대로 다르게 듣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솔미미도 음의 '뚜루루루~'로 느꼈는데 어떤 사람은 '라솔솔파'로 들린다고 하였다. 임보의 '검은등뻐꾸기의 울음' 시에서도 누구에게는 이 새소리가 "홀딱 벗고 홀딱 벗고"로, 또 누구에게는 "첫차 타고 막차 타고"로 들린다고 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언찮다고 괜찮다고", "혼자 살꼬, 둘이 살꼬", "너도 먹고 나도 먹고"로도 들린다고도 한다. 다음에 내가 검은등뻐꾸기 소리를 들으면 무슨 말을 들려주는지 자세히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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