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두고두고 가슴에서 커가는 아버지 말씀을 듣고 싶다 / "너도 어른 되어 아빠하면 알지..."/ 말이 그렇지 팔남매 손 벌려 다가설 때마다 / 차츰 휘어지신 등허리 / 어미 소 큰 눈망울 새끼 날 달 채워 가면 / 아버지 말씀도 덩달아 부자 / 필자의 시 ‘아버지 말씀’ 전문이다.

1940~60년대 가정의 자녀 7~8명은 평균 숫자였다. 필자도 8남매 틈에서 일곱째로 컸다. 결혼 적령기 쯤 정부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며 ‘가족계획’ 강책을 폈다. 예비군 훈련 4시간까지 면제하면서 목표치를 채근했었는데 에러(error)가 났다. 16년간 어마어마한 저출생 대응 예산을 쓰고도(약280조원) 아이 울음소리는 ‘뚝’ 그치다시피(2022년 자연인구 감소 12만여 추산) 출산율 세계 최하위 자체 기록을 또 깼다. 게다가 이미 지난 5년 동안 전국 어린이집 다섯 곳 중 한곳이 사라진 반면 노인요양시설은 두 배가량 증가했다.

◇‘꼼수’ 일색

농어촌 문제만 아니다. 서울 한복판 초등학교까지 문을 닫는 인구 절벽 시즌2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라면 사람 냄새조차 언제 끊길지 안갯속이다. 원래 ‘짐승도 주변 환경 따라 식구를 늘리는 법’ 인데 그동안 경쟁하듯 현실성 없는 정치 술수(표)로 백화점식 포퓰리즘을 어쩌랴. 일부 앞가림이 어려운 기초지자체 경우도 고작 돈 주고 이웃 사람 빼내 주민등록상 숫자를 늘린 건 아랫돌 빼서 웃돌 괸 ‘비렁뱅이끼리 자루 찢는’ 꼴 아녔나. 그렇다고 딱히 누굴 몰아치기엔 동의하기 어렵다. 미혼율이 증가하였고 결혼을 해도 늦게 낳거나 안 낳거나 덜 낳다보니 얼마 못 버틸 소멸 지역 역시 부지기수니까.

최근 김영환 지사가 후보공약 선두에 둬 속앓이했던 출산육아수당(1,000만원 충청북도 40%, 시·군 60%) 전면 시행(상반기 내 11개 시·군 모두)에 들어갔다. 제천시는 한 때 금강산 관광 개방을 계기로 북한(고성군 삼일포)에 3만3000㎡ 규모의 사과 과수원을 조성, 꽤 전국 이슈를 탔으나 아직 과일은커녕 나무 생사조차 깜깜하다. 그런데 또 자체 인구를 늘린다며 재외동포 유입(중앙아시아 고려인 정착) 조례안 제정 등을 부쩍 서둔다. 요란한 시나리오가 두렵다.

◇국가 완전 책임제

2021년 기준 청년가구(19~39세) 열 명 중 일곱 이상은 빚에 허덕이고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여섯 아이의 다둥이 아빠 가수 현진우는 얼마 전 방송에 출연하여 다자녀 수혜를 신나게 얘기했다. 아파트 청약 당첨을 꼽았고 그의 아내도 “웃을 일이 정말 많아졌다”며 여덟 식구 사랑까지 털어놨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겪어본 사람들은 한결같다.

‘상상 초월 육아 비용, 무상 보육만 믿고 아이를 낳았다간 독박 쓴다’ 는 분노를 어떻게 아우르느냐의 문제다. 밑천 안 드는 수식어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아이 젖 주듯 찔끔찔끔 막연히 지원금을 주는 정책 말고 포괄적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일단 ‘깜놀’ 수준 지속 가능 고용과 주거, 보육과 교육, 의료,연금 등 전 생애 코스형 종합대책으로 ‘젊음이여, 낳기만 해라. 국가가 책임진다’면 에러 복구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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