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지난해 10월 30일 새벽, 뉴스 속보를 보고 충격에 일순간 몸이 굳어 버렸다. 이태원 거리에서 압사 사고로 1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몇 시간 후 한남동에 일이 있어 가는 길, 일부러 멀찌감치에서 차를 세우고 사고 현장을 바라봤다.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고 싶었다. 가슴이 너무 먹먹해,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눈물만 흘렀다. 간신히 기도를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충격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유가족들은 오죽했을까! 국가안전시스템 마비의 책임에 경찰서장, 구청장, 경찰청장, 그리고 장관을 구속하라고, 대통령은 사퇴하라며 국회에서, 거리에서 울부짖었다.

나라가 온전히 청춘들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했다. 모두 함께 울었고, 비판했다. 그런데 같은 청춘의 희생인데, 한마디 제대로 억울하단 말도 못 한 채 20여 년을 보내온 희생이 있다.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해군 장병들이다. 모두가 축제에 빠져있던 2002 한일월드컵 기간, 북한은 전시 분위기를 조성했다.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북한 경비정이 남침해 우리 해군 함정을 공격했다. 해군 장병 6명 전사, 18명 부상, 고속정 357정 침몰. 함장은 위기를 직감했으나 정부의 교전규칙 ‘우리가 먼저 발사하지 말라’는 명령을 따라야만 했다. 그리고 전사했다.

지금의 사회 기준에선 전사자와 유족, 부상자 사후 조치는 어처구니없는 수준이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추모식에 불참했다. 군과 정부는 물론, 온 사회가 애써 외면하는 듯했다. 당시 정부의 대북 평화 기조와 한일월드컵 축제 분위기에 눌려 제대로 된 항의나, 문제 제기조차 못 했다. 언론 역시, 방송 3사가 단신 처리하는데 그칠 뿐,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을 다물었다. 지난 5명의 대통령이 지나도록 보상과 처우는 미미했다.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함 어뢰에 의해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암함이 격침되었다. 이 사건으로 해군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수습 과정에서 추가 8명이 희생되었고, 2명이 부상했다. 5개국 합동조사단 조사로 북한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고 밝혀졌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도 우려를 표명했지만, 북한은 발뺌했고, 대한민국의 ‘모략극’이라고까지 했다.

북한 괴뢰정부야 늘 그런 식이라 생각했지만, 대한민국 몇몇 언론을 비롯한 우리 사회 일부에서조차 북한의 주장을 옹호했다. 우리 해군과 미군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생존 장병을 모욕하고 전사자 명예를 훼손했으며,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었다. 특히 ‘인권’을 강조하던 대한민국 언론과 일부 집단이 앞장섰다. 생존자와 유가족에게는 외마디 비명조차 허용하지 않은 대한민국 사회였다.

겨우 2016년에 제2연평해전, 천안함피격 등 북한의 서해 도발에 맞선 호국 영웅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서해수호의 날’을 매년 ‘3월 넷째 금요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4년 만에 행사에 참여했다. 단 두 번뿐이었다. 반면, 천안함 모자를 눌러 썼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정부가 희생 장병과 유가족에게 최선의 예우와 보상을 충분히 하기 바란다. 우리 사회는 이념과 색깔을 떠나 억울하게 져버린 꽃다운 청춘을 함께 기억하고, 감사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에 묻는다.

“아시나요? ‘서해수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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