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아직도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들이 많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예순다섯이 되도록 1365 사이트도 몰랐고, 봉사 단체에 들어가 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생판 이기적으로 살아온 삶은 아니었지만, 봉사 시간을 기록한다는 게 마음에 내키지 않았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기억나는 분들이 많다.

30대 치열하게 바쁜 시절, 매주 찾아가 청소, 세탁, 세신까지 돌아가실 때까지 돌보아드리던 할머니도 생각나고, 장애아 시설에서 분유를 먹이던 아이도 생각난다. 몇 달 방문하는 동안 여전히 세 살배기 아기로 남아있던 그 아이는 아마도 10년이 지난 다음에 와도 거의 자라지 않았을 거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그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운전하는 일을 좋아하다 보니 어르신 고향 방문하기 프로그램에서 어르신을 태우고 시골 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주변에 봉사현장에서 일하시는 좋은 분들이 가끔 불러주면 시간을 내서 여기저기 동참하며 살아왔다.

그러다가 우연히 봉사단을 이끄시는 단장님을 만났다. 손이 부족하니 단체에 가입해서 외곽지에 반찬을 배달하는 일을 해달라는 거였다. 천안에서 풍세면까지 3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이지만, 음악을 들어가며 계절 따라 바뀌는 길가의 풍경을 보는 것도 행복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일이 일상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유명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꽃다발 같은 도시락을 전달하는 일에 잔뜩 신이 났었다. 그 와중에 봉사 점수는 쑥쑥 잔고를 키워갔다.

작년에 시니어유니버스 모델 선발 대회에 나가라는 권유를 받고, 손사래를 쳤지만 봉사 활동 하는 것을 보니 자격이 될 거라는 말에 신청서를 살펴보았다. 단순한 미인대회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다. 봉사활동 상황과 가진 자격증, 사회공헌에 대한 자기소개를 작성하여 도전한 결과 시니어 모델 실버부에서 선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대중목욕탕을 거의 이용하지 못했는데, 여건이 되어 다시 가려고 하니 그동안 목욕료가 크게 올랐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에 좋다는 반신욕을 매일 하고 싶었지만 칠천 원의 입장료를 내고 자주 가기는 힘들었다. 더구나 난방비가 부쩍 오른 탓에, 집에서 물을 받아 쓰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봉사하는 날, 우수자원봉사자 증으로 무료로 목욕을 다닌다는 팀원의 얘기를 들었다. 봉사자들에게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귓등으로 들었다. 장기기증 카드나, 우수자원봉사자 카드를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것만으로 충만했었는데 공짜목욕이라니 솔깃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목욕탕으로 향했다. 쭈뼛쭈뼛 들어가 우수자원봉사자 증을 내밀고 정말 무료냐고 물었더니, 매일 한 번씩은 무료라고 하면서 카드 기간만료가 다 되어 가니 재발급 받아서 이용하라고 한다. 평생 돈을 내고 다니던 목욕탕에 처음으로 공짜로 들어가 보니 신기하기만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콧노래를 불렀다.

이번 주 내내 퇴근길에 목욕탕에 들러 반신욕을 했다. 공짜로 혜택을 받는 대신 샴푸나 린스 등을 쓰지 않고 목욕탕 녹색 비누만 썼다. 물도 아껴 썼다. 이제 예순다섯이 넘었다고 지하철 공짜 카드도 주고, 버스도 한 번만 내면 하루 몇 번이고 무료로 탈 수 있고, 유원지를 가도 무료이다. 어릴 때 용돈 주시던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신 듯 경이롭다. 앞으로 어떤 첫 경험이 또 생길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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