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교사였다. 공무원이었다. 대기업 사원이었다. 이들도 경비원 복장만 입으면 우습게 대한다. 경비원은 무시당하는 존재이다. 이는 책임만 주어질 뿐 권한없는 데서 비롯된다. '인간적인 대접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미디어사가 40년 전 공통주택 경비원을 취재한 뒤 작성한 기사 내용 가운데 일부다. 세월이 흘렀고, 세상도 변했다. 공동주택 경비원을 향한 갑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2014년 공동주택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이모 씨는 주민 폭언과 모욕에 시달리다 분신을 기도했다. 이 씨는 중화상을 입은 채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하늘로 떠났다. 2020년에는 공동주택 경비원 최모 씨가 이중 주차 차량을 밀었다는 이유로 아파트 입주민에게 수차례 폭언과 폭행을 당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에는 70대 공동주택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부당한 인사조치와 갑질을 주장한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조금만 검색해도 공동주택 경비원을 향한 갑질 기사를 볼 수 있다. 불법주차 스티커를 붙여서, 분리수거 안내를 해서, 주차 자리를 마련해 놓지 않아서, 인사를 하지 않아서 등 이유도 다양하다. 심지어 유통기한 지난 상한 음식도 선심 쓰는 척 건넨다. 

공동주택 경비원은 누군가에겐 '현대판 하인'일 뿐이다. '집값 떨어진다'는 이유로 숨진 경비원의 추모 현수막조차 철거하는 현실은 참담하다. 오죽하면 공동주택 경비원들이 "경비복을 입으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고 절규할까. 자신의 생명을 던져 억울함을 호소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정부는 공동주택 경비원 보호와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자 2021년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일명 경비원 갑질 금지법)'을 시행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자료를 보면 공동주택 경비원 권리구제 상담 건수는 2021년 428건에서 2022년 1004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공동주택관리법의 실효성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의 약한 처벌조항만으론 강력한 규정력을 보이지 못한다고 말한다. 공동주택 경비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입주민, 관리소장 등의 처벌은 엄격해야 한다.  

3개월 초단기 계약 구조도 문제다. 공동주택 경비원은 단기계약으로 발생하는 고용불안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노사 간 자율사항인 계약기간을 법률로 규제하긴 어렵더라도 1년 이상 계약을 맺은 아파트에 일자리안정자금이나 지원사업을 펼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때다. 원청인 입주자대표회의와 용역업체 사이에 맺는 단기용역계약도 근로자의 단기계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 

인권은 성별, 연령, 인종, 장애, 종교, 사회 신분 등과 상관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 권리다. 공통주택 경비원이기 전에 인권을 지닌 인간이다. 더불어 경비원은 나와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고마운 존재다. 무시할 대상이 아니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더 글로리' 내용처럼 남을 괴롭히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인과응보를 잊지 말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