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아동문학가

구두 닦고 자동차를 닦고 온갖 반칙을 가시덤불로 덮고서 / 거울 속 제 얼굴도 못미더워 / 덕지덕지 씌워 광(光) 내며 / 벌건 대낮에 벌써 취했나? / 정치판에서 좀 굴러 본 사람들, 혹여 끈이라도 느슨해질까 봐 호들갑 떠는 행색은 필자의 서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대선‧지선을 승리하고도 여전히 ‘당심‧윤심 우환 중인 집권당, ‘가(可)야 부(否)야’를 족쳐 배신자 색출 미스테리 또한 야당의 관전 포인트였다.

최근 김진표 국회의장은 “진영정치, 팬덤정치로 희망 없다”며 냅다 비례대표 50명 증원이 핵심인 괴팍한 선거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100~150명 쯤 줄여도 분노가 식지 않을 판에 두 자릿수 정치실업자 고용(?) 역발상, 순전히 끼리끼리 나눠먹기식 갑의 횡포다.

◇보통 사람들

“요즘 정치는 3류 막장 드라마, 대본 연기자 모두 형편없어” 국민 엄마 배우 김혜자의 데뷔 60년 인생 고백록('생에 감사해)'에서 토해낸 얘기다. 그에게 연기는 ‘직업이 아니라 모든 삶’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고전적‧한국적‧인간적’ 같은 애칭은 곧 자신의 전부일 터 “새로운 배역마다 신인 같아진다”고 털어놨다. 원 없이 몰입한다는 증거겠다. 대사를 백 번도 더 읽는단다. 언젠가 국회의원 출마까지 부추겼으나 단칼에 거절했다며 “정치보다 연기를 통하여 줄 수 있는 희망이 크다. 정치인들은 왜 맨날 억지 선동을 해서 갈라치기… ” 그럼에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 건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의 덕” (조선일보 2022. 12.26.자 참고)으로 파일을 넓혔다.

한 작품이 끝나면 지쳐 쓰러지고 다음 작품을 시작해야 다시 일어선다니 딱히 ‘혼신(魂神‧영혼과 정신)’ 외에 낱말 찾기가 군색하다. 회기 종료 뒤 파김치 됐다는 국회의원 얘기 들어본 적 없다. 이율배반도 유분수지 3월 임시국회를 열어놓고 당의 ‘진로‧총선 준비 논의’를 한답시고 떼 지어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물론 의원 외교‧선진 입법‧국익 창출 등이라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외유성'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겉으론 ‘민생 민생’ 하면서 정작 서민 삶은 나 몰라라 대국민 조롱 아녔나.

“줄을 타며 행복했지 춤을 추면 신이 났지 / 손풍금을 울리면서 사랑노래 불렀었지~(중략) / 울어 봐도 소용없고 후회해도 소용없는”('곡예사의 첫사랑') 정치인도 그렇게 무너진다. 머지않아 괘씸죄 답가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질 텐데.

◇거수기 노릇?

보고 또 봐도 상대 당 비방에 기껏 예산 몇 억 확보 공치사 문구 등 도시 곳곳이 볼썽사나운 정당 현수막으로 넘친다. 지자체 허가‧신고를 패싱한 정치권만의 옥외광고물법(셀프 개정) 때문이라니 상식과 퍽 다르다. 듣기 거북하겠지만 같은 듯 다른 금배지 공천권에 충성하는 메시지답다.

“정치인들은 스스로 최악이라는 사실조차 모르죠. 불안해서 잠 못 이룰 때도 많아요” 배우 김혜자 천성 그대로의 오랜 세월 숙성된 펀치다. 의원님들, 국익과 국민에게 낙관적 희망을 주는 정치 좀 하라. 몇 대 몇 거수기 노릇은 아무나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