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한옥자 수필가 

어린 날에는 눈깔사탕 하나만 얻어도 온 천하를 얻은 듯 기뻤다. 간식이라고 해봐야 찐 감자나 고구마, 삶은 옥수수가 전부였던 시절이니 사탕의 단맛은 기쁨을 주는 마법 같은 존재였다. 

어린아이가 좋아할 만한 주전부리를 한 보따리 들고 온 낯선 사람을 기억한다. 그는 세끼 밥만 다 챙겨 먹어도 부자라던 시절 눈깔사탕과 흑사탕을 우리 남매에게 잔뜩 안겨준 허름한 중년의 남자였다. 

기술만 배울 수 있다면, 밥만 먹여준다면, 고향도 버리고 온갖 설움을 견디며 살던 시절 이야기다. 낯선 이가 왜 집으로 왔는지 지금도 모른다. 다만 아버지에게 뭔가를 부탁하기 위해 단단히 별렀던가 본데, 목적을 성사하기 위해서라면 아버지와 면대면을 하는 방법이 옳았다. 

하지만 그는 어린애들만 올망졸망 있는 집에 사탕 보따리를 풀었다. 영문도 모르는 어린것들은 부모님도 없는 집에서 봉지째로 사탕을 거머쥐고 온 천하를 얻은 듯 기뻐했다. 뿐만이 아니라 말랑한 젤리까지 보너스로 손아귀에 넣었다. 어찌 그날을 잊을 수 있을까. 

그가 소기의 목적을 이루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 사탕은 분명히 사탕발림용이었다고 생각된다.

달콤한 말로 남을 유혹하는 행위를 사탕발림이라고 한다. 사탕은 사당(沙糖, 砂糖)이라고도 하며 모래 입자 같은 설탕을 녹여 만든 사탕이 발라졌으니 당장 먹기는 달콤하나 이면에 도사린 위험을 경고할 때 쓰는 말이다. 

최근 사탕발림 소식이 전해졌다. 30살 이전에 3명 이상의 아이를 낳으면 병역을 면제해주겠다는 방안을 여당이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울분을 토했다. 여자가 애 낳는 공장이냐고 원성이 자자하다. 애는 여자가 낳는데 혜택은 왜 남자에게 주냐고도 한다. 

출산과 병역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특히 출산은 결혼한 부부의 의견일치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이런 엄연한 사실을 병역면제와 결부시켜 정책을 펼치겠다니 이치에도 맞지 않는 사탕발림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혼과 출산을 사탕쯤으로 아나 보다. 가임연령 국민을 어린애로 아나 보다. 울다가도 사탕만 쥐여주면 울음을 그치는 어린애처럼 병역면제라면 공부를 포기하고 직장도 없이 결혼하고 출산을 할 거라는 발상이 놀랍다. 

비판이 거세자, 국민의힘은 허둥지둥 수습에 나섰다. 애초 말을 꺼낸 것 자체가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들끓었다. 경제력 탓에 결혼과 자식도 포기해야만 하는 30대, 40대는 절망스럽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아이디어 차원일 뿐이라며 변명에 급급했다. "아이 셋을 낳으면 아버지 군 면제를 해준다는 보도는 공식 제안한 바 없으며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러나 해당 자료는 당 차원의 검토를 넘어 대통령실에도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저출산, 지방소멸, 고령화는 한가지 문제로 귀결된다고 한다. 지방의 분권화, 연방제 국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이다. 그동안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수많은 방법으로 폈으나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곶감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사탕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동화 속에서나 봤던 글 내용이 국가정책이 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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