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권소진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일요일 오후 일직 근무 중 당직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캣맘 신고 좀 하려고 하는데요. 제가 사는 원룸 건물 근처에 캣맘이 먹이를 줘 고양이들이 자꾸 이 건물로 옵니다. 고양이들이 먹이를 먹으러 왔다 주차되어 있는 차 위로 올라가 차에 흠이 생기네요. 조치 좀 취해주세요.”라는 캣맘 신고 민원이었다. 차에 흠이 생겨 화가 나는 민원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장 드릴 수 있는 답변은 "현행법상 길고양이가 차량에 흠집을 냈다는 이유로 캣맘들에게 즉각적인 제재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민법에서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에서 그 책임을 묻고 있기에 민사 소송은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였다.

캣맘(catmom)은 고양이를 뜻하는 cat과 엄마를 뜻하는 mom의 합성어로 사비를 들여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을 통칭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95.7%는 여성으로 한 달 평균 약 16만 원을 길고양이에게 지출하며, 21만 원 이상을 쓴다는 응답도 전체의 26.7%에 달했다. 이들은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 매달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한다.

하지만 캣맘의 활동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이들을 단죄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안티캣맘(anti catmom) 또한 존재한다. 이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결집해 다양한 판례와 법조문을 기재한 글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정보를 공유한다. 캣맘이 타인의 집 앞에 사료를 부어놓을 경우 쓰레기 무단 투기, 사료가 아닌 사람이 먹고 남은 음식을 먹일 경우 폐기물 불법투기로 신고가 가능하다는 등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일부 캣맘과 안티캣맘의 도를 넘은 비상식적인 행동들로 인해 이들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타인의 차량 보닛 위에 사료를 뿌려놓는 캣맘. 자기가 돌보던 길고양이가 불의의 사고로 차에 치여 죽었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캣맘. 안티캣맘의 비상식적인 행동 또한 만만치 않다. ‘밥을 주면 당신도 죽이겠다’는 내용의 협박편지를 16회에 걸쳐 남긴 안티캣맘. 길고양이에 대한 가혹행위 방법에 대해 서로 묻고 정보를 공유하는 채팅방을 개설한 안티캣맘. 이들의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은 생명존중에 대한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의 갈등을 고조시킨다.

캣맘과 안티캣맘의 갈등은 둘 중 어느 한쪽만을 옳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타인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거나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캣맘, 안티캣맘 모두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캣맘과 안티캣맘간의 서로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 상식적 행동에 대한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이때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합의도 중요하지만 ‘Not to do list’(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합의 또한 중요하다. 예로 타인 사유지에 무단침입하거나 타인 재산을 이용해 사료를 주지 않을 것, 길고양에 대한 가혹행위나 협박을 하지 않을 것과 같이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들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합의점을 기반으로 한 법률 제정을 통해 캣맘과 안티캣맘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경우 법률적 공백이 존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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