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생각하며] 황혜영 서원대 교수

지난 4월 9일 일요일은 부활절이다.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에서 부활절은 하나님 독생자 예수가 세상 죄를 지고 십자가에서 죽은 뒤 사흘 만에 사망 권세를 이기고 다시 살아남으로써 모든 인류에 생명이 길이 열리게 된 것을 믿는 신앙이다.

루 월리스(Lew. walace)의 소설 ‘벤허 :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각색한 윌리엄 와일러 영화 ‘벤허’(1959)는 예수의 탄생에서부터 예수 십자가 사건까지 당시 로마의 지배를 받던 유대인들과 로마제국의 관계사 속에서 한 유대 귀족 유다 벤허의 삶과 그리스도 신앙에 이르는 내적 변화를 그린다. 공중파 방송밖에 없던 어린 시절, ‘벤허’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TV에서 단골로 방영되던 특선 명화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크리스마스 시즌 특선영화도 다양해지고 또 이미 본 영화라 여겨서인지 커서는 ‘벤허’를 다시 제대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최근 영화와 함께 로마제국과 기독교 역사를 살펴보는 수업을 위해 거의 몇십 년 만에 ‘벤허’를 다시 보았다. 다시 보기 전까지 내 기억에 그것도 어렴풋이 남아 있는 영화 장면이라고는 벤허가 메살라와 마차 경주를 하던 장면이랑 유다 어머니와 여동생의 나병 걸린 피부가 영화 마지막에 깨끗이 변화되던 장면 정도가 다다.

이번에 ‘벤허’를 다시 보면서 문득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은 주인공 유다 벤허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유대교에서 그리스도교로의 전이 과정이다. 매년 이즈음이면 부활절이 돌아오다 보니 예수 부활 사건은 당연한 것으로 덤덤히 여기면서도 로마제국 때 유대교는 어떻게 그리스도교로 전환이 되었을까는 의아하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동안 유다 벤허가 예수를 믿게 되는 내적 변화 과정에서 유대교에서 그리스도교로 이어지는 신앙이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영화는 허구 인물인 유다 벤허가 예수와 동시대를 살며 직접 만나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벤허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노예로 끌려가면서 목마르고 지쳐 쓰려지려던 순간 예수가 그에게 다가와 물을 건넨다. 그 뒤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우여곡절 끝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고 예수의 가르침에 대해 듣게 된다. 또 벤허는 나병에 걸린 어머니와 여동생을 낮게 해주고자 예수를 찾으러 갔다가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르는 예수를 보고 예전에 자신이 목말라 죽어갈 때 물을 건넨 예수에 다가가 물을 건넨다. 이처럼 벤허는 예수 생전에 직접 예수를 만나고 특별한 은혜를 입고 또 그 가르침을 전해 들으면서 예수를 알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다 벤허는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에조차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라며 자기를 못 박은 자들의 죄를 사해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는 기도를 들으며 그리고 그 목소리가 자신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 간 것을 느끼며 예수를 주로 믿게 되는 내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영화는 유다 벤허의 삶과 내적 변화로 구원이 길이 한 선택받은 민족에서 전 인류로 열리는 대전환점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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