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아동문학가

정부가 ‘미래 사회 교육비전’과 함께 2022 개정 교육과정(2024년부터 연차 적용)을 확정 발표했다. 초등 1∼2학년 국어 시간도 34시간 늘렸다. 한글 교육과 글의 가치 판단·평가·논리적 분석과 함께 새로운 자기 창조를 위한 ‘문해력’에 방점을 찍었다. 어쨌든 도서관과 책의 홍수는 놀라울 정도다.

20여 년 전, 학교 건물 중앙마다 도서관(실) 배치와 이동도서실까지 꾸며 필독·권장도서 일기·독서토론‧자유교양대회 등으로 뜨거웠던 게 아련하나 불과의 시간에 볼거리, 들을 거리, 즐길 거리와 실시간 밀려드는 IT 정보 앞에서 그야말로 서점은 점점 외톨인 채 독서 열기마저 무르춤해졌다. 마침 청주시가 이번 주 15,16일 봄 독서대전 ‘우리 서로(서로)만나 볼까’를 연다. 도서관 이용 시민‧지역 서점과 출판사‧지역 문화예술계 네트워크를 통해 담대한 도전에 나섰다. 시민 독서 기대가 크다.

◇ 우리나라 독서 등급

“한국 교육은 배우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에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이 들여야 한다. 시험 잘 치는 훈련, 반복적 문제 풀이, 실수 안 하기 훈련은 사고의 확장성을 저해하는 최악 학습…” (금종해 대한수학회장) 당연한 지적이요, 미완의 논란거리다. 국민 독서실태(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만 19살 이상 성인 연령층의 연간 종합 독서율 47.5%, 평균 문학 독서량 2.3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K 문화콘텐츠의 세계적 우위와 달리 부끄럽다. 대중 소통 창구인 TV 역시 가요를 부르는 초등학생은 자주 어른을 존장쳐도 독서 프로그램은 끌어안을 생각조차 없나보다.

독서 기피 학생이 예상외로 많다. 대학입시를 전제한 두려움(어휘, 문장, 글 전체를 이해 등)에서다. 주어진 지문을 단칼에 정확하게 찍어내지 못하니 동동거린다. 그렇다고 ‘몇 권 읽기’ 등, 구속적 계획은 그나마 ‘독서 성장판’을 닫기 쉽다. 일차적으로 책을 고르는 연습부터 필요하다. 누구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끌리는 걸 조금씩 아주 느리게 맛 들이면 된다. 그저 그 흔하디흔한 소재로 도톰해진 책을 더 읽겠다며 떼쓰는 아이들 모습을 보고 싶다.

◇역행하는 대학 입시

선진국은 독서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다독자의 경우 대화에 생각과 감정 근육이 붙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여유롭다. 예부터 인물을 골랐던 조건 넷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다. 생각의 폭, 균형 있게 바라보는 판단력, 가치관과 정서 수준 때문이었으리라.

외손녀의 책 사랑은 놀랍다. 4살 때부터 서점이 최고 놀이터였다. 빨간 날짜엔 마을 도서실‧시립도서관에서 주로 놀았다. 처박히다시피 읽어 낸 권수를 꼽아보면 웬만한 도서실 장서 수준 아닌가. 몸보다 몇 배 넘는 그 무얼 채우고 있다. 그런 아이에게 “대학 포기할 거냐”며 필자의 딸(어미)은 에두른 학원으로 닦달해 댄다. 이럴 때 진짜 답이 안 나온다. ‘수능’은 대입을 위한 점수라지만 독서는 유통 기한 없는 평생 자산 일진대 엉뚱하게 독서를 훼방하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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