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브레인 편집장

밖을 나가 보면 걷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운동에 대한 인식이 늘면서, 걷기가 가장 보편적 운동 중 하나임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필자도 식사 후에 걷기를 습관화하고 있지만, 나에게 걷기란 조금 다르다. 운동의 목적보다는 ‘뇌 속 정보의 충돌’에 대한 이유가 더 큰 편이다.

어느 순간부터 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내가 시간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주어지는 시간이 많아질 때면 어김없이 ‘충돌’이 일어남을 느낀다.

뇌는 간단히 보자면 뇌 바깥으로부터 정보를 입력받고, 처리해서, 출력하는 정보처리기관이다.

올해 단과대학으로 승격된 학과 운영 외에 잡지 편집장, NGO 활동까지 뇌로 입력되는 정보 입력의 다양성과 빈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다.

그래서 ‘뇌 속 정보의 충돌’이 일어날 때면 어김없이 걷게 된다. 정보의 무게가 크면 더 오랫동안, 더 자주 걷는 나를 본다. 결국 이미 만들어진 뇌 속 길과 새로운 외부 자극에 따라 생겨나는 길의 혼선이고, 정보의 부딪힘에서 오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움직임(motion)’은 동물(動物, 움직이는 것)과 식물(植物, 심겨 있는 것)을 구분 짓는 대표적인 차이며, 밖으로가 아닌 내재화된 움직임이 곧 생각과 앎의 형태로 나아간다. 뇌를 이해하고 활용원리를 연구하면서 알게 된 두뇌훈련법이다.

누구나 걸을 수 있지만 걸음을 통해 발현되는 뇌의 반응은 제각기 다르다. 그냥 걷는 것과 느끼면서 걷는 것은 뇌에 다른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뇌교육에서는 운동하는 것은 몸을 좋게 하기보다, 뇌를 깨우는 작용임을 강조한다.

걸을 때는 외부로 나가는 의식을 멈추고, 자기 몸을 느끼면서 걷는 것이 좋다. 제대로 걷다 보면 신체 근육 곳곳이 자극되고 이완되면서 몸이 편안해지고, 잡념이 점차 없어지면서 뇌파가 안정되는 이른바 ‘이완된 집중상태’가 형성된다. 즉 명상의 초기모드로 접어드는 셈이다.

이때 주변 어딘가에 앉아 단 5분이라도 조용히 눈을 감아 보면 평소와는 다른 ‘느낌’, 즉 의식의 확장성을 맛볼 수 있다. 느낀다는 것은 나의 의식이 ‘알아차림’의 인지적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며 뇌가 기존과는 다른 변화의 상태에 맞닥뜨리는 순간이다. 느낌은 고등의식기제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뇌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이 다름 아닌 ‘나’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걷는 과정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뇌파는 결국 나의 몸과 뇌가 만들어내는 활동이며, 그 움직임과 의식을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자각이다. 서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라는 명상은 자신과의 대화라고도 했다.

인간은 생명체이며, 자연지능을 가진 존재이다. 아스팔트로 뒤덮힌 대지와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 사회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흙을 밟지 않고, 그러한 생명력을 느끼는 인체 감각을 점차 잃어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걷기란 넘쳐나고, 새롭고, 다양한 정보를 같은 맥락의 정보라고 나의 뇌에 알도록 하는 내재화의 시간, 뇌 속 길을 좀 더 세밀하게 연결하는 신경망의 패턴화 과정이다. 그 시작은 몸과의 대화이고, 끝은 정보처리이다.

하루 10분은 외부로 향하는 의식을 잠시 거두고, 이동수단이 아닌 느끼면서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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