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양봉산업이 좌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꿀벌의 실종이 계속되면서 양봉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토종벌의 멸종은 2~3년을 원인도 찾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바이러스성 질병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지금까지도 치유를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젠 양봉에도 시련이 닥친 것이다.

2021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70억 마리의 꿀벌들이 실종되는 사태를 맞이하여 농림수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원인 분석에 나섰지만 결국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원론적인 결과만 남기고 있다가 2022년부터 다시 전국적으로 꿀벌 실종 사태가 벌어지면서 10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이다.

금년부터 시작된 우리 대학의 제8기 과정에서도 양봉반을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입학생 모집 당시 경쟁이 치열하여 입학생을 선발하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 이는 양봉에 대한 배움의 터전에 이제껏 부족했다는 것과 지금의 양봉산업이 너무 어렵기에 배움을 통해 이를 극복해 보려는 욕구가 강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양봉산업은 단순히 꿀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꿀벌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고 지구를 보존하고 크게는 인류를 지키는 공익적 가치 측면에서 양봉산업을 생각하고 다루어야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100대 농작물 중 71%가 꿀벌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지면서 열매를 맺는다고 발표했다. 이런 연유로 일찍이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이상 버틸 수 없게 된다.”면서 꿀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벌이 사라지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의 일이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기후변화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는데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점에서 양봉산업의 미래 역시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금년도 역시 지난해에 비해 봄이 빨리 오면서 양봉산업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는데 갓 월동을 하고 난 꿀벌들의 봄맞이 활동도 빨라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꿀벌들의 실종사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년도 양봉 농가의 피해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나름대로 모니터를 해보니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300 ~ 400군의 양봉이 벌 한 마리도 없이 다 사라진 농가도 있는가 하면 거의 대부분 농가에서 피해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농가는 그런 큰 피해를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있었으며 하물며 어느 농가는 실태조사에도 참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많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벌통 300개가 작년 가을부터 올봄 사이에 더 없어졌다면 지금 시세만으로 한 통에 30만 원으로만 계산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인데 이런 피해를 입은 양봉 농가의 쓰린 가슴을 지금 그 누가 알아주고 있는가?

<정확한 원인 규명과 확실한 대책>

세계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꿀벌 사라짐 현상은 지속되어 왔고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전으로 한번 집을 나간 벌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확률이 50%라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계속되는 꿀벌의 실종사태는 분명 우리 농업에 많은 타격을 주고 있는데 이미 딸기나 오이 같은 작물에서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젠 양봉산업을 다시 보아야 한다. 양봉산업이 지구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다시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도 명백한 공익적 가치가 입증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양봉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귀농하신 분들이나 퇴직하고 제2의 인생으로 시작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만으로 정부는 양봉산업에 대한 정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벌이 사라지는 원인 규명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야 하는데 과거 토종벌의 멸종 당시에도 3년이나 지난 다음에야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뒤늦은 대책으로 피해를 키웠던 만큼 계속되는 꿀벌의 실종에 대한 규명을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응애류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모두가 설득력이 있지만 피해 농가를 모니터해보면 그냥 벌들이 나가서 들어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확실한 원인 규명을 한 다음 그에 따른 치밀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 곧 양봉 농가의 최고 계절인 아카시아꿀 채밀기가 다가오지만 빈 벌통만 바라보는 농업인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이 분들이 다시 희망을 가지고 양봉에 종사할 수 있도록 힘을 주어야 한다. 정확한 피해조사를 통해 보상이 뒤따라야 하며 큰 틀에서는 양봉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취약하기만 한 양봉 농가를 위해 양봉산업에 대한 공익형 직불금을 지원하는 정책도 과감하게 추진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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