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아동문학가

# 모 방송 프로그램 ‘다문화 고부열전’은 한국으로 시집 온 외국인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갈등을 바탕으로 서로 화해하거나 터놓고 얘기하는 내용이 주류다. 이주민 정서 고려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집살이를 시키려는 시어머니와 미숙한 며느리에 집중하다보니 보편적 인권 기준 측면에서 시비가 될 수 있다.

# 영화 ‘특송’ 얘기다. 폐차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문화인의 음식에 대한 기준과 편견을 코믹하게 믹스하고 있다. “저것들은 소를 안 먹는다고 그랬다가, 돼지를 안 먹는다고 그랬다가, 도대체 뭘 먹고 사는 거야” 치사한 장면, 이제껏 터득한 생존법을 어쩌랴. 서로 털어놓을 수 없는 다문화의 서러움이다.

◇서툰 ‘문화 공존’

'다문화',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니다. 낱말 그대로 여러 나라 생활양식과 인종, 민족, 계급 등의 공존을 뜻한다. 세계화에 따른 국제장벽 (결혼이민·국제결혼·노동력)이 헐거워지고 엄청난 속도와 그에 버금가는 우리나라 다문화인구는 200만을 훌쩍 넘어섰다. 필자 역시 10여 년 전부터 우리말이 서툴러 찾아온 인종·남녀·나이가 혼재된 사람들과 궤를 같이(다문화가족교육지원센터) 해온 바, 어떤 이주여성은 아이 둘에게 양쪽 젖을 물린 채 한국어 공부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 뒤로 얘기를 틀수록 눈물겨운 사연 천지다. 말인즉슨 ‘코리아 드림’의 마중물은 못 돼줄망정 통성명도 하기 전, 손가락질이 두려워 집밖으로 못 나갔고 콕 찍어하는 하바리 취급에 노골적인 굴욕감을 떨칠 수 없었단다. 사사건건 끼어들어 괴물 대하듯 욕설·으름장 갖고 모자랄 땐 울분이 끓어올라 ‘과로워도 슬퍼도’를 반복했다며 ‘참고 또 참은’ 구구절절 필살기를 토해낸다.

구구한 원망은 뒤로한 채 입 닫고 홀연히 짐을 싼 사람들, 어찌 몇 마디 말로 미움 전부를 털어낼까. 속속들이 밝히길 원치 않는 구겨진 공존의 아픔은 곳곳에 비일비재한 채 시달린다. 하지만 유기농 사랑에 빠져 부농의 꿈을 이룬 억척부부, 시어머니 병수발과 최선을 다해 봉양하는 일등 며느리, 자국민 대상 이중 언어 열혈 봉사 및 방송 활동 등 “바빠요 바빠” 인생 반전, 보고 또 봐도 감동스럽다.

◇세계화의 길

다문화가정의 88%가 학령기 자녀 교육을 최대 고민으로 꼽고 있다.(여가부, 2021년 다문화 실태조사) 충청북도교육청 다문화교육지원센터를 국제교육원에 편입해 발 빠르게 대응한 건 세계화의 선구적 혜안이었다. 마침 충청북도교육삼락회에서 선뜻 멘토로 자원봉사를 나선지 5년째다. 평균 교육경력 39년, 한국문화·의사소통·학교생활 영역 등 여러 문화권 아이들 인생의 주연을 만드는 ‘다문화교육’ 플랫폼이랄까.

아무리 똑똑하고 훌륭한 교사로도 어렵다. 그러나 행간을 짚어보면 멀리 봐야 할 정책·효율성 및 추상적 현주소(생색내기)가 읽힌다. 교육이든 삶이든 정답은 없지만 길은 있다. 일반 국민에 기반한 실용적인 내용 (한국어·한국문화·자녀양육·교육 및 경제활동)으로 양방향성 안전망(운명 공동체)을 아우를 때 ‘해피 투게더’의 평균값은 설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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