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충주에서 규모는 작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포럼이 열렸다. 충주혁신포럼이 주최한 충주지역경제활성화 제1탄 '지역축제 이대로 좋은가'가 그것이었다. 주제발표는 정삼철 충북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었다.그저 그런 내용이겠지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자리를 함께 했는데 정씨원의 발표에 의외로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다.

우선 무엇보다 우리나라 축제의 수에 놀랐다.동네마다 축제라고 플래카드가 많이 나부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물경 823개(지난해 기준)나 된다니 , 더구나 이것도 정부가 약 4년전 부터 구조조정을 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보다 전인 2005년에는 1,178개나 됐다고 한다. 광역,기초지자체 및 읍·면·동 포함 숫자라고 하는데 기초단체 마다 평균 4개 정도의 축제가 연중 벌어졌다는 얘기다.한마디로 축제공화국인 셈이다.여기다 쏟아붓는 예산도 천문학적 숫자에 근접할 것이다.충북의 경우도 5년전에는 최고 100여개 달하던 것이 지금은 절반 정도인 51개로 대폭 줄었다. 충주와 보은이 7개씩으로 제일많고 증평과 진천은 2개로 가장 적다.지역축제 감량은 충북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경기도는 146개를 70여개로 줄였으며 경북은 23개 시군 115개 축제에 대해 시군별 2개로 제한하는 소위 축제총량제를 도입해 '양보다 질'을 추구하고 있다.


-일년에 800개 넘게 열려


축제의 남발에 따른 부작용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특히 지자제가 시행되고 난 이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동네 축제로 인해 고유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고만고만한 크기에 성격도 비슷해 ㅖ붕어빵 축제'라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지역의 관광자원과 문화현상을 매개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주민의 일체감 조성과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고자 하는 지역발전 전략의 중심인 축제가 표면적 특산물 홍보위주는 그렇다치고 한켠으로는막걸리와 파전, 투기성 놀이의 집합체로 축제의 성격이 변질되버렸다.스피커를 통해 이어지는 공해수준의 뽕짝 메들리에 비틀거리는 관람객들의 발걸음만 어지러운게 드러난 현상이다. 정씨는 이러한 축제의 문제점을 사람들의 기다림과 준비가 없고 지역토호 세력의 나눠먹기식 프로그램으로 특성과 경쟁력이 없으며 말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고 하지만 전략마케팅 부재로 활력 및 경제시장 형성기회를 상실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평가 했다.


-구조조정으로 경쟁력 제고


그러나 이와는 달리 일과성 행사가 아닌 스토리를 담고 대표제품을 내세워 브랜드 맨 파워의 활약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창출해내는 전략이 뒤따른다면 성공하는 축제가 얼마든지 될 수 있다. 실예로 지난해 만 217만명의 외부인력을 끌어들인 보령 머드축제를 들 수 있다.'대천바닷가의 기적'이 되버린 이 축제는 14년의 짧은 연륜에 비춰 치밀한 기획과 마케팅 으로 안동탈춤축제와 함께 대한민국의 대표축제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해외진출 1호를 기록하는 축제의 아이콘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그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는 말도 된다.이같은 여세라면 매년 2월 2백만명 이상이 몰려드는 삿포로 눈 축제나80여년의 역사에 1년동안 다음해의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일명 '삼바축제'로 불리는 리우카니발, 그리고 매년 9월 셋째주 토요일 부터 10월 첫째주까지 열리며 외국인 150만명 포함 700만명이 뮌헨을 찾는 지상 최대·최고 축제라 불리는 옥토버페스트 등 세계 3대축제를 따라잡지 말라는 법도 없다.즉 선택과 집중의 문제인 것이다.중앙정부나 각 지자체들도 이같은 방만하고 예산 블랙홀인 저마다의 축제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 속에 공정하고 엄격한 평가를 통해 옥석을 구분하고 있기는 하다.그러나 표를 의식한 주민들의 요구나 원조경쟁을 벌이며 똑같은 타이틀의 축제를 전국 곳곳에서 소모적 개최를 하고 있는 현실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확실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이제 여름 휴가철이 지나면 구제역으로 취소되거나 뒤로 미뤘던 닮은꼴 축제들로 전국이 들썩이게 될 것이다. 막걸리 축제가 되느냐, 공들인 만큼 과실을 따먹느냐 여부는 단체장의 의지와 냉정함에 달려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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