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청주시의회 여야 간 반목과 대립이 급기야 법정 소송까지 비화되는 사태로 번졌다. 수적 우세를 점한 국민의힘이 협치 대신 독주를 택한 것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격인 셈이다.

민주당 이영신 청주시의원이 지난 2일 청주지법에 ‘지방의회 의결 취소 청구의 소’와 ‘사보임 의결 효력정지’를 신청했다.

상임위원 배정을 당사자에게 한마디 없이 기습 상정 표결해 사보임시킨 것은 의결을 가장해 상대방 정당 소속 의원을 축출하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다수의 횡포이고 전횡이라는 게 소송의 배경이다.

이 의원은 “본인에 상임위원 제척이나 회피 사유 등 사보임 시킬 합리적 이유와 필요성이 전혀 없는데도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 사보임 시킨 것은 ‘청주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절차를 위반한 것이고, ‘청주시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 규범 등에 관한 조례’에 규정된 의원 평등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소 제기의 근거를 들었다.

지방의회에서 상임위원 사보임을 둘러싼 소송은 전국 첫 사례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이 같은 극한 대립이 소송까지 불러 일으킨 데에는 김병국 의장의 직권상정이 있었다.

청주시의회는 지난 4월 17일 78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이영신 전 도시건설위원장을 재정경제위원회로, 4·5 보궐선거를 통해 입성한 이상조(국민의힘) 의원을 도시건설위로 배치하는 상임위원 개선의 건을 표결에 부쳤다. 이 안건은 찬성 22표, 반대 20표로 가결됐다. 찬성표는 국민의힘 의원 수와 같았다.

민주당으로선 수적 열세를 절감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교섭단체 대표 협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는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청주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는 ‘각 교섭단체 소속 의원수 비율을 감안해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 후 상임위원 및 상임위원장을 추천하고, 본회의에서 의결·선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섭단체 협의가 무산될 경우에만 의장이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 비율을 따져 직권 추천한 뒤 본회의에서 의결·선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의장은 이상조 의원 등 다른 사보임 건과 달리 양당 교섭단체 대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이 의원 사보임 건을 본회의에 부친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 교섭단체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절차를 위반한 것이며, 민주적 절차성과 정당성을 모두 잃은 결정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김 의장의 이런 행동은 박완희 민주당 대표와의 갈등에 기인한다.

김 의장은 지난해 연말 옛 청주시청 본관동 철거 문제로 촉발된 2개월간의 의회 파행 책임을 거론하며 박 대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일이지만, 일단 교섭단체 대표간 협의가 생략됐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협치가 사라지면 남는 건 파행 뿐이다. 왜 그 길만 찾아서 가려 하는 지 이해하기 힘들다.

시의회의 파행은 곧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시의회가 향후 어떤 행보를 취할지 철저하게 들여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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