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나랏빚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매년 100조원 안팎으로 국가채무가 늘면서, 작년 말 기준 국가 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기획재정부의 2022년도 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순 채무를 합한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 원이다. 

2023년 예산상 국가채무는 1134조 4000억 원으로, 국가채무 증가액이 66조7000억 원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에 1823억 4000만 원, 시간 당 76억1400만 원, 1분당 1억2700만 늘어나는 셈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4년간, 이자만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도 49.6%로, 1인당 짊어져야 할 나랏빚이 2000만원을 넘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세수의 결손으로 재정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보아, 나라의 채무가 가파르게 늘 것이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국제채무 비율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갈 것으로 관측했다. 

국가 채무와 관련해, 달러처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를 사용하는 기축통화국은 채무 비율이 높아도 자국 돈을 찍어 나랏빚을 갚을 수 있다. 이와 달리 비기축통화국은 정부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기축통화국 보다 훨씬 적어, 재정위기가 발생하면 화폐가치가 급락해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국가 채무는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크게 늘었다. 이는 당시 코로나 대응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해마다 10차례나 추경을 편성해 선심성 재정 확장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모자라는 세입을 메우느라, 국채를 찍어내, 향후 4년 간 이자 비용만 93조원이 넘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국가채무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국가 채무는 대응 자산이 있어, 추가 재원을 마련하지 않아도 상환할 수 있는 '금융성 채무'와 대응자산이 없거나 부족해, 세금 등을 재원으로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로 나뉜다. 

정부가 지난 해 9월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2022~2026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 의하면, 전체 국가 채무 중, 적자성 채무의 비중이 작년 63.5%에서 올해 63.6%로 소폭 오르다가, 오는 2026년에는 64.5%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국가 채무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채무의 질도 그리 좋지가 않은 편이다. 무릇 나랏빚이 계속 1분당 1억 원 이상 증가하면, 머지않아 아주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기에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억제하는 재정준칙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재정준칙 개정안을 정부 발의로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여기에는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GDP 대비 3% 이내로 유지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 넘어서면 2% 이내로 줄이도록 하였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국회에서 재정준칙 법제화를 미루고 있다. 일각에서는 5월 임시 국회에서 다루어질 것이라 한다. 두고 볼 일이다. 

한편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재정법 개정안은 포퓰리즘 비난 때문에 일단 뒤로 미루고 있다. 부디 정치권은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는 예타 제도 완화 기준 변경을 멈추고, 재정 준칙부터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만일 재정준칙 법제화가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회가 내년 4월 총선 포퓰리즘 예산을 대거 포함시킬 우려가 크다. 무책임한 선심성 포퓰리즘 경쟁은 결국 나랏빚이 더욱 늘어나, 결국 미래 세대의 큰 부담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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