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경민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제우스(Zeus)는 그리스 신화의 최고(最高) 신이다. 그의 윗세대 신들로 우라노스와 크로노스가 최고신으로 등장하지만, 그리스 신화는 제우스 대에 이르러 비로소 조화롭고 균형 잡힌 통치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우스는 하늘과 땅을, 포세이돈은 바다를, 하데스는 저승세계를 다스리는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상호 불가침의 원칙을 지키며 통치를 한다. 여기서 제우스는 최고 통치자이지만, 다른 영역의 통치에 함부로 끼어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그 영역 지배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그가 나서는 경우는 영역 간에 문제가 생겨 불가피하게 조정이 필요한 때이다.

한 사례를 살펴보자.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아티카 지방의 수호신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을 때 제우스가 문제를 해결한 방식은 자율을 존중하는 그의 리더십을 잘 보여준다. 자신이 아티카 지방의 수호신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포세이돈과 아테나의 이야기를 듣던 제우스는 이렇게 결론을 낸다.

“신을 경배하는 일은 어차피 그 지역에 사는 백성의 몫이니, 수호신이 누가 될지는 신을 모실 백성들이 결정하게 합시다!”

그 자리에 있던 신들은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고, 결국 아티카 지방의 수호신은 백성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은 아테나로 결정되었다. 제우스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뚜렷한 명분으로 갈등을 해결한 것이다.

각 조직의 자율과 유연성을 부여하는 이러한 제우스의 통치 스타일은 오늘날 리더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나 MZ세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조직의 리더라면 제우스의 리더십을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M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거나 ‘원래 이렇게 하는 거니 따르라’고 말하면 바로 ‘꼰대’가 된다. 게다가 MZ세대에게 직장은 헌신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대등한 계약관계’다. 자신의 삶과 직장은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에 있는 일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여기므로, 일할 장소와 시간을 선택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구성원, 특히 MZ세대 직원들의 특성을 살리고, 그들이 업무에 몰입하도록 하려면 회사 내에 자율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은 지시와 통제의 대상이 아닌, ‘함께 성과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직원들이 가진 역량을 존중하고 자율을 존중하는 리더십을 실천한다면 MZ세대 직원들은 큰 성과로 보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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