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일선 동화작가 

속리산에서 뻗친 한남금북정맥이 삼봉과 갈미봉을 낳고 사뿐히 내려앉으며 한강, 달내와 입맞춤한다. 올망졸망 어여뿐 가슴 치마폭처럼 펼치니 교통대와 검단, 담바우, 갈마, 쇠꼬지가 깃들었어라.

부용산과 선지봉에서 샘솟은, 요임금이 건넜다는 맑디 맑은 모래내 요도천이 앞을 흐르니 배산임수 명당터가 바로 '검단(檢丹)'이라. '檢(검)'은 음차자로 '감~곰~가무~구무~고무~가마'로 변하며 '높은, 큰, 곰, 신, 신성한'을 뜻한다. '丹(단)'은 훈차자로 '불(붉은)~발(밝은)~벌(판)' 등을 말한다. '넓은 또는 신이 내린 벌판'이 있는 마을이 바로 검단리다.

시공을 머금은 평화로운 둥지가 폭격을 맞고 있는 듯하다. 충청고속화도로 공사 때문이다. 교통대 북동쪽 학사촌도 같은 신세다. 군 전투기 굉음도 큰데 이에 더한 고통을 당하기 시작했다.

충주민들의 두 가지 소망 중 하나가 4년제 대학 설치였다. 그 결과 공전이 충주산업대와 충주대로 거듭났다. 대학 소멸을 막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교로 발전을 바라는 뜻이 모여 '한국교통대'라는 이름을 얻었다. 지역공동체 염원의 총아인 교통대 교육환경이 본질적 침해를 받게 된 것은 안타까움을 뛰어넘는다.

파괴적 개발론자들은 '지역 발전과 주민 요구'에 의해 사업을 한다는 허구적 주장을 할 때가 많다. 설사 그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19번국도와 접속을 이렇게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더 북쪽으로 내든지, 굴로 통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마을과 학교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최악의 설계를 한 이유가 무엇인가?

교육부를 통해 교통대가 학습권 보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질의했다. 학교측은 유인물 같은 성의없는 답을 보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우리 대학 인접 구간 방음벽 설치를 요청했으며 실시설계에 반영됐음.' 이것이 도로 당국에 요구한 전부란 말인가? 기가 찰 노릇이다.

대학엔 관련 전공자들도 있고 책임질 보직교수들도 있다. 공청회나 또 다른 방법으로 국토청에 어떤 의견을 냈는지 궁금하다. 국토청은 '교통대와는 관계 기관 협의를 통해 학교측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음'이란 내용 모를 답을 해왔다. 국토청이든 시청이든 이 대학 출신자들도 많은데 어떻게 학교와 그 주변에 악영향을 주는 이런 설계를 했을까?

두 도로에 의해 검단과 담바우는 십자가를 두른 마을이 됐다. 퇴직금으로 학사촌에 건물을 짓고, 명당에 둥지를 마련한 민초들의 재산은 그 가치를 잃었다. 누가 이를 책임질 것인가? 국토청이 무리한 설계를 하면 이를 방어하며 주민과 학교를 보호해야 할 시정부는 어떤 의견을 냈나? 충실한 공복이기를 거부하는 님들의 눈과 가슴은 대체 어디를 향해 있는가?

절벽이 된 저 도로 경사면이 과연 올 장마를 버틸까? 그 아랫집은 안전할까? 방음벽 하나면 평온하게 잠자고 공부할 수 있을까? 365일 원망의 밤샘 기도를 강요할 권리를 그 누가 나으리에게 주었는가?

재첩과 불거지 잡던 모래내는 어디로 갔나/ 검단에서 담바우로 돌아가던 길목에/ 방앗간 피대 소리는 들리듯 하고/ 구멍가게에서 라면땅 팔던 아줌니는/ 두건 쓰고 몸빼 입고 달려 나올 것만 같은데/ 사람도 가고 산천도 변했구려/ 발전은 님의 호주머니를 채우려는 괴변/ 민초와 뭇 생명의 행복 밟는 그 욕망은 언제 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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