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예원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근무를 시작하여 3년 정도 되었을 무렵의 일이다. 우연히 선배 주무관님의 업무를 대신하게 되었다. 선배가 출장 간 동안 A 어르신이 오시게 되면 서류를 전달하며 내용을 안내하고, 서명을 받으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오후 무렵 어르신이 찾아오셨고, 가져오신 위임장을 확인하고, 선배가 준비해놓은 서류를 드리고 서명을 받았다. 

서류는 어르신과 함께 사시는 다른 B 어르신을 위한 서류였다. 두 분은 친구 사이인데, 각자 복잡한 삶을 살다 혼자가 되어 노년의 문턱에서 의기투합, 함께 살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를 의지하며 십여 년을 함께했다고 한다. 그러다 B 어르신이 거동이 불편해지게 되셨다고 한다. 그래서 동거인으로서 가능한 만큼, B 어르신을 돌보고 계신다고 한다. 두 분 다 가족이 없어 서로가 큰 버팀목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A 어르신 본인도 편찮으시게 되면 어찌해야 할지 걱정된다고도 말씀하셨다.

2017년부터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일선 읍면동 주민센터에는"혼자 사시는 부모님과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가 볼 수 없으니, 대신 가 봐달라"는 요청이 제법 자주 들어온다. 타지에서 힘겹게 사는 자녀들로서는 몇 번이고 생업을 내던지고 부모님 안부를 확인하러 올 수 없어서, 돌고 돌아 주민센터로 연락이 오는 것이다. 노인으로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가족이 있든 없든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다. 

전국적으로 1인 가구 비율은 증가세에 있다. 충북은 전국에서 4번째로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지자체다. 혼자 사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고, 그것 또한 그 개인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방식이다. 다만 국가와 지자체가 준비해야 할 것은 혼자된 어르신을 돌볼 수 있는 체계다.

우리나라는 노인복지법으로 독거노인에 대한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이 노인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독거노인·장애인 응급안전 안심서비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종전의 독거노인 응급안전돌보미와 장애인 응급 알림e 서비스를 통합, 발전한 제도로,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정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응급구조장비를 설치, 화재·사고 등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인지하고 119자동신고 등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활동량 감지기, 출입문 감지기, 게이트웨이 등 집 안에 장비를 설치하여 이를 통해 활동량과 심박 및 호흡을 감지하여 활동 패턴과 수면상태 분석을 통한 건강관리, 치매예방 콘텐츠, 생활정보 등 대상자에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화재감지기, 응급호출기로 화재 등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응급안전 안심서비스는 주민등록상 거주지나, 동거자 유무와 관계없이'실제로 혼자 살고 있는'만65세 이상의 어르신 중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이거나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어르신이라면 신청할 수 있다.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활동지원 수급로 독거, 취약가구, 가족의 직장·학교생활 등으로 상시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이 대상이다. 신청도 청주시 독거노인 통합지원센터 및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수시로 신청할 수 있어 편의성을 높였다.

나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통해'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편견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함께 사는 사람은 반드시 가족만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정서적으로, 물리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아닐까. 그저 지나가며 인사를 나누고, 어쩌다가 이야기를 한두 번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기는 빈칸은'응급안전 안심서비스'로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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