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익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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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아동문학가

필자의 초등학교 반 친구 중 가수 지망생이 있었다. 유일한 스펙은 마을 노래자랑에 나가 두세 번 입상…. “왜 딴따라의 길을, 혹시 뜻대로 안 된다면?” 동네 어르신들께서 한사코 말렸지만 친구 부모의 통 큰(한우 한 마리를 팔아 후원) 결단에 서울행 완행열차를 탔다. 방송 출연을 손꼽던 기대와 달리 최희준(회전의자)‧한명숙(노란샤쓰의 사나이) 일색일 뿐 4개월이 채 안 돼, 꾀죄죄해진 노숙자 꼴로 내려온 걸 어쩌랴.

사연인 즉 “작곡가 선생이 송아지 한 마리 값을 야금야금 채근하더란다(홍보비 음반제작비 등)” 며 멘탈에 빠졌었다. 친구 집 재산 전부를 날렸는데. 그가 받은 첫 곡 ‘임 떠난 부두’처럼 곧장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해 버린 지 어느새 반백년 세월에도 여전히 노래방의 왕초다. 가요 톱 10의 단골 트롯 가수 XX와 쪽방에 생활로 지지리 고생한 시절을 여태껏 속울음으로 곱씹으며 마이크 놓기를 아쉬워한다.

◇연예가 금수저?

방송‧연예에서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수십, 수백 억 짜리 건물 소유 스타들 뒤엔 ‘언제쯤 불러줄까’ 소위, 무명을 부지하세월로 버둥거리며 “한뎃잠에 익숙해졌다”는 한때 잘나가던 출연자의 솔직함도 아리하다.

방송 출연 무게가 그만큼 대단하지만 별 힘 안들이고 방송 사다리를 탄 정치권력 수준 ‘금수저’도 배제하기 어렵다. 좀 굴러본 방송‧연예인일수록 스멀스멀 배우자나 가족과 출연 레퍼토리를 늘리다가 어느 날부턴 아예 굵직한 방송인 행세다. 걸핏하면 아버지‧딸‧어머니와 아들‧이모‧조카 등등 직계존비속, 방계혈족까지 떼거리로 얼쩡거려 눈꼴 시리다. 여북하여 인맥 아니면 방송‧연예계 비집기가 힘들다는 희화일까. 도덕적 언설로 공정을 부르짖던 국회의원·장관·장관 후보자까지 부정 채용·허위 스펙·편입학 불공정 등 이른바 ‘음서(蔭敍)’ 뺨친 대형 사고에 “반성 기미는커녕 참 뻔뻔하다”며 방송 뉴스를 송출했잖은가.

◇방송이 빠뜨린 것

더구나 방송이 특정 정권에 빌붙어 팩트를 꼬는 건 범죄 행위다. 2016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를 들춰냈다. 요컨대 ‘감시가 필요한 정권 눈 밖 인물 명단’이었다. 그 때 유별나게 휘둘린 각계 사람들 중 묻혀버린 유명인사 근황도 궁금하다. 전반적인 방송 시장 역시 예전 같지 않다. 방송은 분명 생물이며 살아남기 위해 시청률을 우선한다. 문제는 유효기간이다.

한 가지 예로 ‘구관=송해=명관’ 중심 콘텐츠였던 KBS ‘전국노래자랑’의 MC 교체는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다. 새 사회자를 30여년 달군 장수 경력과 비교한다는 건 얼토당토않다. 방송은 오래될수록 젊어져야 한다. “일어나라~~아이야 다시 한 번 걸어라 / 뛰어라 젊음이여 꿈을 안고 뛰어라” 방송은 고독하고 버겁고 냉혹할 때 더 공정한 것, 조도(照度)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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