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성진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얼마 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어린이날 101주년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의 일상 속 시간 균형을 분석한 ‘2023 아동행복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2023년의 아동행복지수는 4점 만점에 1.66점으로 2021년 1.68점, 2022년 1.70점과 비교했을 때 최근 3년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 5년 동안 청소년 상담센터에서 제공한 자살 관련 상담은 77% 증가하여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행복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일 행복해야 할 시기에 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행복하지 않을 걸까? 그리고 연령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은 왜 소중한 생명을 이리 쉽게 버리는 걸까?

10대는 학업스트레스 부담감과 학교 폭력으로, 20대는 인간관계 및 생계의 문제로, 그리고 60대 이상은 외로움, 허탈감, 건강 등으로 세상을 자발적으로 등진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많은 학교와 기관에서 상담소를 열어놓고 있고, 또한 위험한 장소라고 여겨지는 곳에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돌리게 하는 문구나 상담 전화번호를 표기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되돌리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자살률은 전문가들이 국가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에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있다. 이 법률 제1조에는 ‘이 법은 자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책무와 예방정책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통하여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이를 통해 극단적인 선택을 줄인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법률에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도 있는데 이 법에서는 치유농업을 ‘국민의 건강 회복 및 유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용되는 다양한 농업·농촌자원의 활용과 이와 관련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두 법을 함께 놓고 본다면 농업으로 국민이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고 또한 더 나아가 생명 존중의 문화가 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업을 사전적으로 보면 ‘땅을 이용하여 인간 생활에 필요한 식물을 가꾸거나, 유용한 동물을 기르거나 하는 산업. 또는 그런 직업’으로 되어 있다. 즉, 예전에는 살기 위해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을 농업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젠 농업의 많은 공익적 기능으로 인하여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농업이 담당할 수 있음을 최근의 연구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농업기술센터와 자살예방센터 간의 업무협약도 맺어지고 있다.

집에 이런저런 화분을 키우고 있다. 과일을 먹다보면 나오는 씨앗을 발아해서 키우는 화분도 있고 남이 준 화분도 있고, 키우다 보니 무성해져서 큰 화분으로 옮기거나 아니면 두 화분으로 나누어 키우는 것도 있다. 처음에는 물만 주면 잘 자라는 거라 착각하여 1주일에 한 번씩 꼬박 물을 주는 바람에 많이 죽이기도 했지만 이젠 그 정도까지는 아닌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시든 화분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 왜 이렇게 될 때까지 몰랐을까. 그러고는 바로 물을 주는데 잠시 후 보면 시든 잎이 물을 머금어 펴진 모습에 죄책감도 사라짐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맘속으로 다짐을 한다. 이렇게 식물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것이 생명 존중의 문화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주변 사람들에게 화분을 선물로 주는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큰 화분이 아니라 작아도 좋다. 작지만 소중하게 키울 수 있게 쪽지에 키우는 법도 적어서 같이 주면(게다가 요즘 인터넷상에 차고 넘치는 것이 식물 키우는 방법이다.) 더 좋을 듯싶다. 식물을 키우면서 생명의 소중함도 알고, 그리고 관계의 소중함도 알게 되면 행복한 우리나라 국민이 되는 첫 발걸음을 걷게 될 것이다. 모든 생명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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