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종혁 충북금연지원센터장

5월 31일은 198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담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세계 금연의 날은 담배 사용이 국제적으로 충격적인 사안임을 인식하고 담배 없는 환경을 촉진하기 위해 지정됐으며 WHO는 세계 금연의 날에 전 세계 흡연자들이 담배 의존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도록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폐해를 매년 강도 높여 경고하고 있다.

담배 재배·생산은 장기적으로 지구 생태계에 해를 입히고 기후 변화를 일으켜 농업과 식량 안보 미래에 영향을 준다. WHO는 담배 대신 지속 가능한 식량작물 재배에 초점을 맞춰 36회인 올해 세계 금연의 날 주제를 'Grow food, not tobacco(담배가 아닌 건강한 식량을 키워주세요'로 발표했다.

현재 담배는 125개 국이 넘는 나라에서 서울시 면적의 약 66배에 달하는 400만㏊에 재배된다. 우리나라의 주요 재배 지역은 충북도와 경북도이며 그 외에 경기, 강원, 경남이다.

담배 경작으로 인한 악영향은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담배 재배를 위해 매년 350만㏊의 토지가 사용되며 그에 따라 20만㏊가 손실되고 담배 재배를 위해 서울시 면적의 3.3배에 달하는 면적이 벌목으로 훼손되고 있다. 담배 재배는 수원 고갈, 대규모 삼림 벌채, 토양 침식, 공기와 물 시스템 오염으로 이어지며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비옥한 토지가 훼손되고 줄어듦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약 3억4000만명이 식량 불안에 직면해있으며 담배 재배 농가 또한 건강 위협에 노출돼 있다.

담배를 경작하는 농부는 하루에 담배 50개비의 니코틴을 흡수하며 젖은 담뱃잎의 니코틴이 흡수돼 생기는 담뱃잎농부병에 걸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2001년 처음 사례가 보고됐고 경북 청송군 잎담배 농가를 조사한 결과 농민 3분의 1 이상(37.5%)이 증상을 보였으며 잎담배 밭과 건조 작업장의 공기를 채취해 사무실 및 PC방 흡연실의 니코틴 농도와 비교한 결과 밭의 니코틴 농도가 흡연실의 1000여 배에 이르렀다. 또 잎담배 밭의 니코틴 농도는 고용노동부가 정한 화학물질 노출 기준(1㎥당 0.5㎎)의 100배를 초과했다. 공기 순환이 잘 되지 않는 건조 작업장과 공동 건조장에서 검출된 니코틴 농도는 밭보다 더 높아 노출 기준의 600~1000배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담뱃잎농부병은 담뱃잎 재배 농가 사이에서 막연히 니코틴 중독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구체적인 예방 대책 마련과 같은 국가적 개입은 미비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금연 정책에 따른 흡연자 수 감소로 1970년부터 지속적으로 잎담배 재배 면적이 감소 중이고 담배 재배 농가와 생산량도 급감했다.

하지만 담배 재배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위해와 환경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담배 재배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농작물을 재배함의 이점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 하고 있다.

흡연자들은 다른 만성질환자와 마찬가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필요시 약물 치료나 전문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충북금연지원센터는 기존 국가금연지원 서비스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장애인, 여성, 저소득층, 노인, 위기 청소년, 300인 이하 중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및 입원 환자 대상 '찾아가는 금연 지원 서비스'는 물론 중·고도 흡연자를 위한 4박 5일 전문 치료형 금연 캠프도 운영 중이다.

2015년 설립 이후 보건복지부 사업 평가에서 2017년 '우수', 2018년 '최우수', 2022년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충북금연지원센터'라는 금빛 조연들의 도움으로 더 많은 도민들이 금연에 성공하는 선순환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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