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정규 문학평론가 

하늘이 대기 중 수소와 산소를 혼인시켜 물을 낳는다. 그 물을 땅으로 내려보낸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비가 온다'고 한다. 그 비로 목마른 대지가 꿈틀댄다. 뿐만 아니라 들과 산이 화선지로 변한다. 그리고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화가의 붓이 바쁘게 움직인다. 물웅덩이도 그리고 산골짜기도, 좁은 골목길도 널따란 자동찻길도 그린다. 초가집도 기와집도 그린다. 리어카에 풀을 잔뜩 실은 사람도 그린다. 

지렁이 기어가듯 대지 그 위를 졸졸대며 흐르기도 한다. 초가지붕을 적셔 이양을 해놓은 집들이 서로를 껴안는다. 물이 처마 끝에 모여 방울로 떨어져 땅을 후벼 파기도 한다. 노래도 부른다. 시끄럽게 북장고도 두들긴다. 20세기 후반 이후는 드럼도 친다. 아수라장이 된다. 그렇게 해 놓고 물은 마냥 좋아한다. 바람을 타고 춤을 추고 나뭇가지며 잎 그 위에 걸터앉아 좋아하기도 한다. 땅 위가 좋아서인지  땅 위로 내려 앉는다. 땅 위에 함께 모여 소도 그리고 말도 닭도 그려 뛰놀게 한다. 웅덩이도 만들어 송사리, 미꾸리를 그곳에 모이도록 하여 함께 잔치를 벌인다. 지나가는 사람 발목도 잡아끌어 넘어뜨려 흙탕물 뒤집어 씌워 애태우기도 한다.

김정호가 그린 한반도 지도 보다도 더 훌륭한 지도를 그린다. 물, 그들은 참으로 훌륭한 화가다. 남농 허건 동양화 화가보다도, 춘정 유맹열 동양화 화가보다도, 양수아 서양화 화가보다도, 오지오 서양화가보다도, 한석봉 서예가보다도, 더욱 더 훌륭한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쓴다. 

물은 하지 못한 것이 없다. 뿐만 아니라 변신도 잘한다. 수소와 산소로 나눠 기체가 돼 하늘을 떠돌기도 하고 사람의 몸속을 드나들기도 하며 물체를 불로 태우는데도 크게 기여한다. 뿐만 아니다. 물은 구름이 돼 높은 하늘 위에서 농악 놀이도 하고 산 위를 서성거리기도 한다. 때로는 땅속 깊은 곳에서 긴 잠을 자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물을 삶터로 하는 고기들에게 살 곳은 물론 먹이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환경적 요소로 물이 없어서는 안 된다. 물이 건강을 지켜주고 질병을 예방해주며 젊음을 유지시켜주는데 효과가 있다. 

물은 체내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성인은 신체의 70%가 물로 이루어졌으며 10세의 어린이는 85%, 노인은 50% 이하가 물이다. 인간의 혈액 83%, 뇌75%, 신장83%, 피부72%, 세포는 90% 이상이 물로 이루어졌다. 

물은 체내로 영양소를 운반하고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세척 및 해독기능을 한다. 신진대사가 활발해져서 몸속의 노폐물을 쉽게 배출하게 되므로 몸속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독소들이 배설되지 않고 몸속으로 흡수된다면 두통, 피로, 통증, 거친 피부, 만성질환 및 암의 원인이 된다. 적절한 양의 좋은 물은 독소를 잘 배설시켜 신체를 정화시켜준다.

물이 땅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삶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오늘도 하늘에서 쏟아진 물이 대지를 온통 화선지로 바꿔 그림을 그려 놓았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