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브레인 편집장

얼마 전 한 과학방송에 출연했는데, 주제가 ‘꿀잠’이었다. 수면전문의와 함께 뇌교육학과 교수로서 패널로 참여했는데, 수면에 대한 대중들이 잘 모르는 내용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최근 삼성헬스에서 미래 전략부분으로 ‘수면’을 제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잠을 뜻하는 ‘sleep’과 경제를 뜻하는 ‘economics’를 합성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수면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해가는 중이다.

시장조사 업체 프로프쉐어(Profshare)에 따르면 2018년 659억 달러(약 80조원) 규모였던 수면 시장이 2026년 1,115억 달러(약 137조원) 규모로 형성되어 급격한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알아야 할 사실은 현대인들의 수면에 대한 외적, 내적 환경의 변화이다. 인체 항상성에 있어 수면은 핵심 기제이며 그 매개체는 바로 ‘빛’이다. 지구에 살아가는 인간에게 하루 24시간의 생체리듬은 낮과 밤, 즉 태양 빛에 의해 운영되고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뇌가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수렵사회, 농경사회, 산업화사회 그리고 정보화사회를 거치면서 뇌 바깥 세상에서 가장 변화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인공 빛’이 출현한 것이다. 두 눈을 통해 입력되는 빛이 자연빛이 아니라, 인공빛이 출현하면서 인간 뇌의 생체시계과 생체리듬이 교란을 일으킨 셈이다.

외적 환경 변화의 핵심은 ‘빛’이고, 내적 환경은 신체적 활동의 감소가 가장 큰 변화이다. 당연히 육체적 스트레스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커졌고, 이는 단지 잠을 잔다고 과거에 비해 뇌기능의 회복이 뒤따라오지 못하는 자율신경계 불균형과 불면 사회를 만들어내는 단초가 되었다.

주목할 것은 오늘날 인류 과학과 의학이 밝혀낸 수면은 단순히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두뇌기능의 회복과 발달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수면연구는 뇌의 생체신호인 뇌파 연구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수면 시간 동안 동일한 수면주기가 여러번 반복되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고 있는 동안 마치 깨어 있는 뇌활동과 유사한 상태가 나타나는 렘(REM) 수면과 비렘수면(Non-REM)으로 종류도 나누어진다. 대부분의 꿈은 렘수면에서 일어난다. 보통 90분을 주기로 비렘수면을 1-4단계로 구분되어, 얕은 잠 1단계를 시작으로 누가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는 4단계 깊은 수면단계로 나아간다.

연령대별 수면의 기능도 다르다. 오랜 성인기 발달과정을 갖는 인간 두뇌의 특징에 비추어 볼 때, 유아기 수면은 렘수면 비중이 50퍼센트를 웃돈다. 나이가 들수록 렘수면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청소년기 수면은 학습기제 발달과 밀접하다. 즉, 수면 자체가 두뇌발달의 과정인 셈이다.

중장년층의 수면은 두뇌건강과 직결된다. 서파수면에 해당하는 3-4단계의 깊은 수면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치매발병율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만큼 수면과 기억작용에 따른 치매 연관성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인간의 뇌에서 발견된 림프관의 역할도 수면과 매우 높은 연관성을 제시했다.

하루 24시간 스마트폰을 벗 삼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수면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 수면의 핵심은 수면을 돕는 도구나 제품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다. 편리한 물질문명 속에 신체적 움직임의 감소와 과도한 스트레스를 가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되돌아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수면관리는 결국 잠을 어떻게 잘 자느냐가 아니라, 깨어 있을 때 어떻게 나의 두뇌를 관리하느냐의 문제이다. 수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