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지난 2021년 6월 3일 충청권 4개 지자체(충북, 충남, 대전, 세종) 단체장과 대한체육회장이 모여 '2027년 제34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개최 협약서'를 작성했다. 협약서에는 '개최도시 확정 후 대한체육회와 협의하여 대회조직위원회를 구성한다'라고 명시했다.

이 약속을 4개 지자체가 어겼다. 충청권 4개 시도가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 없이 이창섭 상근부위원장과, 윤강로 사무총장을 선임했다. 대회 주최기관인 FISU(국제대학스포츠연맹)와의 유일한 공식 소통 창구인 대한체육회가 반발했다. FISU와 대한체육회는 개최도시로 확정되기까지 FISU 담당업무와 유치위원회를 이끌었던 김윤석 사무총장을 조직위 사무총장 적임자라 판단했다. 그러나 충청 4개 시도가 이를 무시하고 지난 3월 단독으로 조직위 핵심 인사를 꾸린 것이다. 
 
다행히도, 5월 3일 대한체육회와 4개 시도가 서로 양보하여, 비효율적인 2인 체제 아닌, 이창섭 단일체제 구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공모를 통해 선발된 윤강로가 부당함을 공론화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2인 체제 원점 구성을 요구했다. 결국 2차 시한인 5월 31일까지 조직위 구성에 실패했고, 대한체육회는 6월 5일 연석회의에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충청세계대학경기는 조직위 구성부터 파행상태다. 빌미를 만든 것은 분명히 충청 4개 시도다. 지난 충청아시안게임 유치 실패 역시 대한체육회·문화체육관광부와의 소통 부재가 원인이었는데 또다시 반복했다. 체육계는 지방자치단체에까지 무시당한다는 설움에 폭발 직전이다. 대전시는 한술 더 뜬다. 최종 1인으로 정해진 이창섭은 이장우 대전시장 선거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보은 인사 논란의 중심이다. 대한체육회는 물론 충북·충남·세종도 대전시장의 보은 인사에 끌려가다 이 지경이 됐다. 
 
조직위 승인권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는 수수방관했다. 진작에 적극 중재에 나서야 했다. 억울하게 된 윤강로가 대통령실 민원과 법적 대응을 제기하자, 뜬금없이 충청 4개 시도와 대한체육회가 가까스로 합의해낸 결과마저 무시하고 대한체육회를 압박했다. 
 
대한체육회 또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윤강로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이의 사적 갈등으로 치부된 상황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최근 대전 지역 체육계의 행보는 대전시장과 이창섭의 비호세력으로 전락한 듯하다. 5일 연석회의에서 해결 방안이 제시되었지만, 충청 4개 시도를 시작으로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8일까지 상호 난타전 양상이다.
   
현재 상태는 서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강대강' 대치다. 이러다가는 결국 파행이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국민 보기에는 밥그릇 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파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인사(人事) 사심(私心)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보은 인사 이창섭, 체육회를 적으로 만든 윤강로, 충청 4개 시도가 원하지 않았던 김윤석을 모두 배제하고 새로운 인물로 조직위 사무총장을 선정해야 한다. 모든 과정은 충청 4개 시도,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가 모여 철저한 협의로 진행해야 한다. 이 방법이 최선임을 제안한다. 시간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주체들 간 의지만 있다면 일주일도 필요치 않은 해결 방법이다. 어렵게 유치한 충청권 첫 국제 스포츠 이벤트 세계대학경기대회! 반드시 성공 개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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