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철학박사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고전여담에 '여리박빙(如履薄氷)'이라는 말이 있다. 같을 여(如), 밟을 리(履), 엷을 박(薄), 얼음 빙(氷)자를 쓴다. 얇은 얼음을 밟듯이 아슬아슬하다는 뜻이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함을 강조할 때 자주 쓴다. 시경 소아편 소민의 마지막 구절에서 유래했다. '전전긍긍 여림심연 여리박빙'이란 구절이다. 

주(周) 나라 말기는 학정의 시대였다. 이 시기 왕들은 바른 정치를 펴지 못했다. 왕의 측근에 있던 대부들은 이를 개탄했지만 왕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잘못하면 목숨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여리박빙 형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것이다. 절망하지말고 마음을 가다듬고 기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점이 있다면 이럴 때일수록 혁신하기 쉽다는 것이다. 낡은 규제를 확 풀고, 노동·연금·교육 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의 골든타임인 것처럼 밀고 나가야 한다. 나라를 이끌고 가는데는 중요하지 않은 정책이 없다. 그런 가운데 특히 청년 실업 문제는 더욱 더 긴박하다. 

중국 정부는 문화혁명(1966∼1976년) 시기 마오쩌둥(毛澤東)이 노동을 통해 학습하고 농촌에서 배우라며 학생들을 산간벽지와 농촌지역으로 대거 내려보냈던 '하방(下放)운동'의 캠페인을 강화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 캠페인을 펼치는 대표적인 곳이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였다. 광둥성은 오는 2025년 말까지 대졸자 30만명을 농촌으로 보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기 힘든 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내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촌으로 내려간 대졸 청년들은 그곳에서 풀뿌리 간부, 기업가 또는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청년(16~24세)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낙후된 농촌을 활성화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시골에 내려가 농촌·교육·의료사업 등 세 가지 분야를 지원하고 빈곤층을 부축한다는 뜻이다. 농촌개발과 빈곤퇴치에도 도움을 주고 도시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새마을운동을 상기시킨 청년취업대책의 일환이다.  

 중국 정부가 팔을 걷어 올리고 나서는 등 지방정부와 호흡을 함께하면서 대졸 청년들을 마을 관리에 총동원시키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강한 농촌'이라는 기치 아래 농촌을 현대화하고 이를 통해 도농 격차를 줄이려는 시 주석의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이 정책으로 중국 정부는 청년실업률을 사상 처음으로 20%를 돌파시켰다고 한다. 중국에서 청년실업이 급증하는 것은 전공과 취업 가능 일자리 간 불일치에서 기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리나라 청년실업과 대학졸업자의 취업난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우리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청년 일자리 마련을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밑빠진 독에 물 퍼붓기식으로 허덕이고 있다. 청년과 대학생들을 농촌에 내려보내 이들의 정신을 개조하고 위화감을 없앴으면 한다.  농촌에서 농촌 발전을 이끌 수 있는 견인차의 광풍을 일으켰으면 한다. 우리도 조심스럽게 청년 대졸자의 대처를 위해 새로운 정책을 추진,성사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과 대졸자들의 비장한 각오도 필요하고 대통령과 정부의 강한 리더십이 요구돼 여리박빙(如履薄氷)의 자세로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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