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한국노총이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노조활동에 대한 정부의 강경진압 때문이라고 한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의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이다. 1999년 민주노총이 경사노위를 탈퇴한 이후에도 계속 남아서 노동계를 대표해 온 한국노총마저 이번에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경사노위는 그 기능을 거의 상실하게 되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탈퇴와 함께 대정부 투쟁까지 선언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노정관계가 대화와 타협보다는 갈등과 투쟁 속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노사정 간 파트너십 구축은 체제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본질적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과 러시아혁명을 겪으면서 더욱 공고해진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운동이라는 거센 저항을 겪으면서도 자본력 확장이 제공하는 복지혜택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두 축을 이루는 자본과 노동이 정부의 조정을 받는 가운데 서로 대립하면서도 발전하는 이유는 양 집단이 파트너십을 이룰 수밖에 없는 숙명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화적 노사관계의 세계적 추세 속에서도 한국의 노사관계만큼은 1945년 해방 이후 지금까지도 혼돈 속에 있다. 비교적 온건노선을 걷고 있는 한국노총은 미국식 경제적 조합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반면에 민주노총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노선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도 정파에 따라 친 노조정책에서 반 노조정책을 오가면서 일관성을 잃고 있다. 정권에 따라 자본가가 득세하면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하여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반면에 노동자들이 득세하면 자본가들이 불안하여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역사적으로 노동자와 자본가 집단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협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 이와 같은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부의 힘이고 지혜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018년 6월 '노동존중사회 실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여 출범했다. 대통령까지 참여하여 경제단체, 노동단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 범사회적으로 경제, 노동, 사회 기구의 대표들이 참여하여 대화를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자는데 그 출범의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일찍이 민주노총이 불참함으로써 국민의 기대가 반감되었고, 친 기업적인 정부의 노동계 조정능력도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사회든지 자본가나 노동자 한쪽의 힘만으로 유지되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노동자들이 불만이 있다고 해서 무한대로 자본가들을 공격하면 경제는 위축되고 심지어 거대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정부는 자본의 전횡을 감시하고 법 테두리 안에서 노조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조정하면서 양자가 힘의 균형을 이루고 상호 발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 경제를 떠받치는 이들 세 축이 서로 적대시하면 그 결과는 사회적 불안밖에 없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까지 휘청거리는 마당에 노정이 강 대 강으로 맞붙고 있으니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경제가 나쁘다는 응답이 77%에 이른다. 노사정이 한 발씩 물러나 대타협을 이뤄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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