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두환 청주시 흥덕보건소장 

가진 건 없지만 가족들만 보면 행복한 남자 허삼관이 11년간 남의 자식을 키우고 있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웃음과 감동의 휴먼드라마였다. 우리나라에서 '허삼관'이란 작품명으로 영화로도 제작 되었던 중국 작가인 위화의 장편소설 '허삼관매혈기'이다.

어떤 분의 독서갤러리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허삼관은 가뭄이 들거나 먹을 것이 부족할 때 피를 뽑아 가족의 생계를 유지를 위해 돈을 받고 피를 파는 행위를 반복한다. 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목숨과 바꿀 정도로 매혈을 하고, 많게는 7번까지 뽑아 생명에 위협을 받은 적도 있지만, 내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강한 상태라면 자신의 힘을 남에게도 나눠주는 것이 강한 자의 권리라고 생각했다. 이 강함은 신체적 강건함이나 명예, 부 따위가 아니라 비록 매혈이지만 타인에게 관심을 준다는 아름다움으로 자신이 살아가는 힘이자 온기이며 사랑의 표현이었다.  

우리나라도 예전엔 매혈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1999년 혈액관리법을 개정하면서 매혈이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이 자신의 혈액을 무상으로 자발적 기증하는 것이다. 아직 혈액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헌혈은 매우 소중하다. 또한, 장기간 보존이 불가능하므로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정기 헌혈자를 등록받고 정기적 헌혈을 권장한다. 헌혈을 원하는 사람을 반드시 신분증을 가지고 헌혈의 집을 방문해야 한다. 또, 아무나 헌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방접종을 받았거나 헌혈 금지 약물을 먹은 경우, 감염병(말라리아 등) 관련 헌혈 제한지역에 장기간 생활했거나 방문·여행한 경우에는 헌혈이 제한되기도 한다. 

헌혈은 전혈과 성분혈로 나뉜다. 전혈이란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것인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15분 정도이며 헌혈한 뒤 2개월 후부터 다시 헌혈할 수 있다. 그 다음 성분혈은 혈액에서 특정 성분만 채혈하는 것인데, 헌혈 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다음 헌혈 가능일은 2주 후에 가능하다. 헌혈 뒤에는 채혈한 부위를 문지르지 말고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고, 흡연이나 음주, 심한 육체 운동이나 목욕(사우나)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 

 2023년도 올해의 헌혈자의 날(6월 14일) 슬로건은' 아(A)름다운 비(B)움으로 오(O)늘도 행복한 헌혈자의 날!! '이다. 자신의 혈액을 무상으로 기증하여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헌혈자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날이다.

2017년에 700회 이상의 최다 헌혈자가 나오기도 했고, 2022년에는 최단기간 가장 많은 인원인 18,000여명이 한 단체에서 나와 한국기록원 공식 최고 기록으로 인증돼 인증서를 수여받기도 했다. 청주시 지역에는 4개(가로수길센터, 충북대센터, 청주터미널센터, 성안길센터)의 헌혈의 집을 운영 중이다. 방학이나 겨울철은 물론 요즘에는 헌혈률이 낮기 때문에 시 조례를 제정하고 헌혈자의 예우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헌혈은 남을 위해서도 좋고요. 나에게도 좋아요. 내 몸에 대한 검사도 하고, 스스로에게 칭찬도 해주고, 상품권도 받고요. 오늘은 그저 나를 위해 헌혈 한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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