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아르헨티나에서 5월 20일부터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 6월 12일(한국 시각)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아직도 감동과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F조에 편성되어 만만한 나라가 하나도 없는 감비아, 프랑스, 온두라스와 치열한 조별 예선전을 치른 결ㅁ과 당당히 2위로 16강에 올랐고, 더욱 불굴의 투혼을 발휘하여 4강까지 올라 우리에게 희망과 교훈을 주었다. 모든 일에서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시작과 과정이 더 중요하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처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도 주었다.

조별 예선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워서 무척 다행이고 기뻤다. 우승 후보라는 강호 프랑스를 2:1로 통쾌하게 격파한 덕분에, 온두라스(2:2)와 감비아(0:0)와 비겼는데도 당당하게 조 2위로 16강에 합류할 때 온 국민이 큰 힘을 얻었다.

지난 6월 2일(금) 오전 6시에 열린 16강전에서 남미의 강호인 에콰도르를 3:2로 누르고 8강에 오르게 되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세 골 모두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기막힌 골이었다. 이영준 선수의 발리골, 배준호의 현란한 개인기로 키퍼와 수비수를 농락한 골, 주장 이승원이 올린 코너킥을 최석현이 높이 솟아올라 성공한 헤더골은 참으로 환상적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우리나라와 지구 반대편으로 시차가 꼭 12시간이라 현지 시각은 전날 오후 6시라는데 신기하다.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 4개국이 참가했는데 8강에 오른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우리와 숙적인 일본과 이라크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우즈베키스탄은 16강전에서 이스라엘에 0:1로 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5일 오전 2시 30분, 16강전에서 개최국이자 대회 통산 최다 우승(6회) 팀인 아르헨티나를 2:0으로 꺾고 올라온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1:0으로 제압하고, 지난 2019년 대회 준우승에 이어 2회 연속 준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아시아 축구 역사를 다시 썼다. 또한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8강은 물론 4강까지 올라가며 아시아 최강 자리를 굳혔다.

치열한 승부였다. 우리는 슈팅 숫자(22 대 4)와 점유율(46 대 32)에서 크게 밀렸지만, 짠물 수비로 나이지리아 공격을 모두 차단했다. 한국은 0:0으로 정규시간을 마친 후 연장 승부에 돌입했고, 천금 같은 세트피스 한 방으로 승리를 따냈다. 연장 전반 5분 주장 이승원이 왼쪽에서 감아올린 코너킥을 골 넣는 수비수 최석현이 머리로 절묘하게 돌려놓으며 골망을 흔들었을 때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이지리아를 꺾고 4강에 진출한 한국은 9일 새벽 6시에 이탈리아와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했다. 이탈리아는 8강전에서 콜롬비아에 승리했고, 나머지 4강 진출 두 팀은 우루과이와 이스라엘이다.

준결승전이 열린 9일 새벽 6시에는 U-20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한 김은중호를 응원하기 위한 광화문 길거리 응원까지 펼쳐졌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기적을 써 내려가고 있는 우리의 결승 진출을 염원한 붉은 물결 응원은 지구 반대편에서 전쟁 같은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대표팀은 비록 석패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선수들을 향해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라고 격려했다.

4강전에서 안타깝게도 1:2로 졌다. 전반 14분 체사레 카사데이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전반 23분 이승원의 동점골로 승부를 되돌렸다. 정규시간 종료를 4분 앞둔 후반 41분, 프리킥 결승골만 허용하지 않았다면…….

우리 대표팀은 12일 오전 2시 30분, 이스라엘과 3·4위 결정전 결과 아쉽게도 1:3으로 졌지만 잘 싸웠다. 4강에서 이탈리아에 져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아픔을 이스라엘전에서 털어내고 3위라도 하길 염원했지만, 아쉽게도 4위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다행히 7번째 공격 포인트(3골 4도움)를 기록한 이승원 선수가 U-20 월드컵에서 브론즈볼을 품에 안았다. 기적같이 4강까지 오른 내일의 희망, 내일의 한국 축구의 주인공들 덕분에 우리는 희망과 용기와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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