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오늘날 생활 수준의 변화와 의학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섰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건강은 급격히 향상되었다. 충분한 영양의 균형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평균 체격도 향상되었고, 공중위생의 개선으로 감염성 질환들은 줄어들어 오히려 성인병에 시달리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1900년대에 급변하는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듯 많은 국가들이 농경사회의 끝 무렵을 지나고 있었으나 여러 질병으로 인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질병은 독감이나 결핵, 홍역, 폐렴 등과 같은 전염병이었다. 그러나 1950년대에 들어서부터 전염병의 발생률은 급격히 떨어진 반면에 고혈압이나 심장병, 당뇨, 암 등과 같은 소위 성인병에 노출되는 현실과 마주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측면에서 다른 원인들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우선은 고도의 산업혁신에 따른 현대생활의 지나친 경쟁구조와 함께 과로, 운동부족, 불규칙한 식사, 약물의 오남용 등으로 인한 새로운 질병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또한 하나의 원인이다. 이것은 바로 경제의 성장과 생활 수준의 향상에 따른 부작용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은 남보다 더 잘 살기 위해, 남보다 더 좋은 직업을 얻고 출세하기 위해 자신을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경쟁하고 있다. 산업화와 경제성장은 인간의 평균수명을 연장시키고 감염성 질병을 몰아낸 그 자리를 성인병이란 선물이 대신 자리를 잡았다.

오늘날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층에서도 성인병에 노출되는 현대사회에서 마음이라고 온전하지 못해 불안이나 우울, 무기력과 피로, 분노 등이 이제는 특정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생활 수준의 향상을 가져온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기계문명의 혜택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과 자연인을 비교해 보면, 배고프면 먹지만 가능한 입맛 당기는 것들을 찾아 먹고, 배를 채우면 감사하게 여긴다. 피로하거나 아프면 쉬고 졸리면 잔다. 모든 것을 육체노동으로 해결해야 하므로 늘 고단하지만 활발한 신체의 움직임으로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풍요 속에 사는 현대인들은 먹는 것도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식품첨가물과 농약성분에도 예민해진다. 다양한 문명의 이기 덕분으로 몸은 편한 대신 운동이 부족하다. 피로하면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고, 아프면 약을 먹고,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밤늦도록 각종 기기의 조작으로 만성적 피로와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늘 시간에 쫓기며 살다보니 몸과 마음에 대한 현대인의 생각도 자연인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자동차나 기기처럼 굴리거나 쓰다가 고장 나면 기술자에 들고 가는 물건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도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 자체의 특성과 신호가 무시되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은 우리의 자신이고,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사랑한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점차 잊고 있다.

정신분석학자인 Erich Fromm은 사랑을 정의하여 자신을 알고, 존중하고, 책임지고, 보살피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자신을 즉, 몸과 마음을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의 몸과 마음을 알고 존중하고 책임지고 보살피면 건강은 저절로 찾아와 유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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