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재하 청주시 흥덕보건소 주무관

옛말에 이(齒)가 많은 사람, 즉 연장자는 성스럽고 지혜로운 사람(聖智人)이라고 한 것에서 유래하였으며, 삼국유사에는 유리왕과 탈해왕이 서로 왕위를 사양하다가 박유리와 석탈해가 떡을 씹어보고 잇자국이 더 많은 유리가 왕이 된 것으로 왕호를 이사금으로 정하였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실제 신라 제3대 유리왕에서 제16대 을해왕까지 왕호를 이사금으로 사용했다. 이처럼 치아가 많은 사람을 성지인(聖智人)이라고 할 만큼 치아가 중요하다는 반증이 아닌가 생각된다.

민간에서 말하는 오복 중 치아가 좋다는 것은 잘 먹는 것이요, 치아가 튼튼하다는 것을 첫째로 꼽는다.

국민 구강 건강을 위해 2016년에 법정기념일로 구강보건의 날이 제정되었다. 그럼 왜 하필 6월 9일일까, 첫 영구치가 나오는 6세의 6자와 구치의 구를 딴 6월 9일로 정해졌다. 만 6세에 맹출(일정한 시기가 되어 잇몸을 헤치고 나오는)하는 영구치를 잘 관리해서 평생 건강하게 유지하자는 의미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영구치 28개 정도라고 한다.

치아를 일부에서는 뼈의 일종이라고 여기지만, 뼈와는 엄연히 다른 조직이다. 뼈는 부러져도 내부에 혈관이 있어 피가 영양분을 공급해주면 다시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반면, 이는 한 번 부러지면 혈관이 법랑질까지 닿지 않기 때문에 그걸로 끝이라는 것이다. 치아는 소화기관이다. 음식물을 잘게 자르고, 으깨고, 부수어 타액과 잘 섞이게 하여 소화가 잘되게 한다. 이가 있어야 말도 잘한다. 발음은 치아, 혀, 입술의 상호작용이며, 이가 빠지면 발음이 불분명하다. 앞니는 입술을 받쳐주어 얼굴의 조화를 이루는 역할을 한다. 치아가 없을 경우에는 입술이 안쪽으로 함몰되며, 턱의 높이도 줄어들기 때문에 노화가 아니더라도 얼굴 외형의 변화가 커진다.

치아는 원래 먹고 마시는 매일 매 순간 칼슘을 뺏겼다가 보충받기를 반복하며 유지된다. 치아가 전부 없어질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잇몸이 내려간다. 충분한 뼈가 없을 때는 골이식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이가 튼튼해서 반평생 충치 걱정을 안하고 살던 사람이라도 치다공증 앞에는 장사 없다. 땅콩이나 하다못해 아이스크림이나 부드러운 크림빵 따위를 먹다가도 신경치료에 보철치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한다.

사고로 치아가 빠진 경우 치아를 복원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30분~1시간 정도로 잡는다. 우유든 식염수든 멸균상태인 것이 좋다. 치아 뿌리 세포가 몽땅 죽어버리면 소용이 없다. 바로 이것 때문에, 인체 농도와 같은 농도를 가진 용액에 보존하라는 것이다. 치아 재식 수술은 치아를 잇몸에 박아 넣는 게 아니라 이식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하향 조정됨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외모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시다시피 치아는 한 번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 다시 나거나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특성상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치아는 삶과 직결되는 식문화(咀嚼)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며 또, 사람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선물하므로 마음 건강, 신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젖니가 빠진 뒤 그 자리에 난 영구치 관리가 필수다. 나이 70에 내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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