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칼럼] 김진웅 수필가

지난 6월 21일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되면서부터 알려진 이번 미신고 ‘유령아동’ 사건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안 된 영유아가 2015∼2022년 2,236명 발견된 가운데, 온라인에서 신생아 불법 거래까지 이뤄지고 있다니 천륜(天倫)을 저버린 자들이 원망스럽고,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가뜩이나 출생률 저하로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너무 안타깝고 슬픈 현상이다.

요즘 주위에서 돌잡이 소식도 잘 들려오지 않는다. 신생아가 줄어들다 보니 돌잔치에 참석한 것이 까마득하다. 출생률이 늘어나 돌잔치에 자주 초청받고 싶다. 가치관 변화와 세태 변천으로 돌잡이 풍습도 많이 달라졌다는 소식을 이웃과 매스컴에서 접하고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사진첩에서 수십 년 전 자녀들의 돌잔치 사진을 다시 본다. 옛날에는 먹을 복을 상징하는 쌀, 장수를 뜻하는 실타래가 돌잡이에 항상 올랐지만, 최근에는 부유하고 기대수명이 늘면서 돌잡이에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자식을 많이 낳는다는 의미인 대추도 점점 사라지고 있어 마음 한구석이 쓸쓸하고 씁쓸하다.

돌잡이 용품이 가득한 쟁반 앞에서 아기가 무엇을 잡나 살펴볼 때 엄숙하다. 왠지 아이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켜보다가 아이가 물건을 집어 올리면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부모의 바람과 같을 때 더욱 기뻐한다.

돌잡이 도중 당황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가 장난감 칼을 집었을 때, 조부모님들이 실망하는 것 같아 걱정할 때 보통 어떻게 할까. 사회자의 재치와 기지가 돋보였다. 갑자기 “자, 한 번 더 하겠습니다.” 하였다. 다들 놀라서 사회자를 바라보니 “요즘은 100세 시대라, 직업을 2개 이상은 가지니까요.” 하더란다.

그날 주인공은 두 번째 돌잡이에서 돈을 집었고, 손님들은 더욱 환호할 수 있었다. 만약 사회자가 당황하여 허둥댔다면……. 돌잔치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 번뜩이는 기지와 유머 감각은 삶의 활력소이고 힘이 된다는 교훈도 배웠다. 돌잡이를 두 번 하는 아기들이 부쩍 느는 추세라고 한다.

어느 진행자는 “과거에는 한 번 잡고 끝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직업도 워낙 자주 바뀌고 수명도 더 늘어난 의미를 반영해 돌잡이를 두 번 하고 있다”며 가족들도 두 번 하는 것에 더 만족한다니 공감이 간다. 돌잡이를 두 번 하다 보니 풀이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령 아기가 청진기와 마이크를 잡으면 ‘의사가 되어서 방송에 많이 출연하게 될 것’ 같은 꿈보다 해몽으로 좌중을 웃긴다.

부모나 친척이 맘에 드는 돌잡이용품을 직접 구입해 오거나 선물 받아 챙겨오는 경우도 있다. 전통적인 품목이 청진기, 돈, 판사봉이라면 최근에는 축구공(축구선수)이나 마이크(가수, 연예인), 오방색지(다재다능한 연예인)를 선호하는 부모도 크게 느는 추세라 한다.

“예전처럼 돌반지 대신 순금으로 된 돌잡이 용품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금수저가 되어라’는 뜻으로 순금 수저를 선물하거나, 심지어 순금 판사봉도 팔린단다. 그런데 돌잡이 인기용품 판사봉은 실제로 한국 법원 그 어디에서도, 어떤 판사도 전혀 쓰지 않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한자문화권에서는 한국처럼 여전히 돌잡이 풍습이 이어지고 있는데, 돌잡이는 언제, 어떻게 시작된 걸까. 국립민속박물관 등에 따르면 돌잡이는 3~6세기 중국 육조시대부터 1500년이 넘게 이어진 풍습이고, 조선시대 들어 왕실부터 사대부, 이후에는 서민층으로까지 돌잡이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돌잡이를 진행할 때 방법이 다양하겠지만, 주인공 아기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자라 온 것에 대한 덕담을 시작으로, 앞으로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아이의 선택을 함께 지켜보며 축하하는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너무 엄숙하게 진행할 필요도 없고 가족과 아이의 돌잔치를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과 함께 아이가 건강하게 바르게 자라라는 기원을 하며 미래를 축하하는 자리라는 의미를 담아 돌잡이 행사를 하면 될 것이다.

2022년 합계출산율은 겨우 0.78명. ‘인구절벽’이 가속화하여 큰 걱정이다. 앞으로 국가적으로 큰 과제인 출생률을 높여 어느 집안이나 돌잡이 행사가 자주 있기를 기원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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