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7월 2일 일요일 밤 9시 알람을 맞춰놓고 기다렸다. 이날은 피파에서 주관하는 17세 이하 청소년들의 아시안컵 결승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는 일본으로 대한민국 조별 예선전 성적으로는 금메달도 기대해 볼 만 했다. 앞으로 우리나라 축구 스타를 미리 예견해 보는 재미는 덤이었다. 간식도 넉넉히 준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다.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고,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던 나는 처음과 달리 점점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전반 종료를 앞두고 중앙수비수 고종현 선수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것이다. 축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놓친 게 있을 수도 있지만, 축구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황당한 엘로카드였다. 축구는 파울이 있고, 그렇다고 모든 파울이 엘로카드를 받는 것이 아니다. 우리 선수가 받은 두 번째 엘로카드를 득점할 기회를 파울로 저지시켰다고 판단하기에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때 일본 선수가 완벽하게 공을 소유한 게 아니고, 골문을 향한 동작도 아니었다.

문제는 이미 엘로카드를 받은 선수에게 두 번째 엘로카드는 레드카드처럼 퇴장당하는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두 팀이 팽팽하게 맞서는 결승전에서 한 명의 퇴장은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이라 해석이 신중하고 정확해야 한다. 퇴장의 의미는 우리 선수가 1명 더 적은 수로 일본을 상대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파울은 줄 수 있지만, 과연 엘로카드까지 나가야 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더 심각한 건 다음부터이다. 이어진 일본 선수의 프리킥은 매우 심각했다. 양국 선수가 부딪친 곳은 축구 박스 한 칸 앞인데, 프리킥 위치는 두 칸 앞에서 시행되었다. 정작 주심이 통제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다. 최악은 그 이후인데, 일본 골기퍼와 김명준 선수가 일대일 상황에서 우리 선수가 먼저 볼을 건드렸고 그다음에 골키퍼가 들어와 김명준 선수를 넘어뜨렸다. 이 상황에서는 보통 패널티킥을 줘야 하는데, 심판은 그냥 넘어갔다.

경기결과는 3:0으로 일본의 승리였다. 이런 상황이 그대로 경기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국제경기임에도 비디오판독도 없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당함에 항의하는 변성한 감독에게도 엘로카드가 주어졌다.

경기가 끝나고 답답함이 밀려왔다. 한국팀이 졌기 때문이 아니다. 아무리 청소년경기라고 하지만, 미래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대회에서 승패가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만약 한국 선수에게 페어플레이 원칙을 주고 싶었다면, 동등하게 일본 선수에도 적용되었어야 한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비디오판독이 없는 국제대회가 말이 되는가?

우리 선수들에게는 실력으로 모든 것을 뛰어넘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은 원칙을 최대한 지키도록 하되, 잘못되거나 의구심이 드는 판정에 대해 우리가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해주어야 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할 건 해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 선수들에게 페어플레이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경기 하이라이트를 반복해 보니, 속상하고 억울했어도 거칠게 항의하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우리 선수들과 멘탈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도 파이팅하며 계속 시도하는 모습이 다시 보였다. 그래! 올해 11월에 월드컵이란 진짜 승부가 남아있다! 열심히 경기에 임한 우리 선수들의 값진 은메달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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