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혜영 서원대 교수
▲ 황혜영 서원대 교수

[살며생각하며] 황혜영 서원대 교수

‘페르 귄트’(Peer Gynt)는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의 모음곡으로도 유명한데, 원래 ‘페르 귄트’는 노르웨이 현대극의 대표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1928-1906)이 쓴 극 작품 제목이자 작품 주인공 이름이다.

입센은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 집안의 파산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약조제사 도제로 일하며 독학으로 의학공부를 하다 글 창작에 매료되어 극 작품 창작에 열정을 쏟아 연극 공연 일을 하며 여러 희곡작품을 발표하지만 매번 인정받지 못하고 흥행에도 잇따라 실패하자 36살에 조국을 떠나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독일, 이탈리아에 떠돌며 작품을 창작하다 말년에야 노르웨이로 돌아온다.

입센은 1876년 이탈리아에 머물 당시 발표한 ‘페르 귄트’에 노르웨이에서 예로부터 전해오는 민담과 전설을 녹여 넣어 환상과 마법이 가득한 동화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평생 자신이 추구해온 일관된 주제인 자기 자신에 철저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모험을 그려낸다. 작품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오제와 가난한 삶을 사는 페르는 나약한 의식을 지니고 늘 허황된 꿈과 몽상에 빠져 지내다 어머니와 집을 떠나 모험을 떠난다.

마을 결혼식에서 만난 솔베이지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회피한 채 결혼을 망설이던 신부 잉그리드를 유혹해 도망쳤다 곧 그녀에 실증을 느끼고 떠나버리는가 하면 산중을 방황하다 숲속 마왕의 딸을 따라갔다 원치 않는 마왕의 딸과의 결혼을 거부하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페르 귄트는 솔베이지를 잠시 만나지만 자신이 그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끼고는 그녀를 떠나 다시 방랑의 길을 떠난다. 재산을 모았다가도 아라비아 베드윈족 추장의 딸 아니트라에 매혹되어 재산을 다 털리기도 하고 다시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데 노르웨이 앞바다에서 만난 폭풍으로 전 재산을 잃고 고향에 돌아온다.

바로 그때 그의 앞에 나타난 단추장이 악마는 페르 귄트에게 철저히 자기답게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를 자신의 국자 안에 녹여 넣겠다고 한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의 삶에 대해 묻지만 모두 다 그에게 불리한 증언만을 한다. 지친 페르 귄트가 마지막으로 자신이 떠나온 오두막으로 향하는데 평생 자신을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있는 솔베이지를 만난다.

자기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고자 하는 페르 귄트에게 솔베이지는 그가 언제나 “내 신앙 한가운데, 희망 한가운데, 사랑 한가운데 있었다”고 말해주자 페르 귄트는 진정 그가 찾아다녔던 안식처가 바로 솔베이지를 통해 구현된 신의 사랑과 용서의 품 안임을 깨닫고 영혼의 쉼을 얻는다.

‘페르 귄트’는 현실 감각이 없이 늘 공상만 하고 비겁하고 진실을 회피하는 몽상가지만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 거부의 몸짓을 멈추지 않는 페르 귄트의 탐험을 통해 진정 자기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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