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고전여담에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라는 말이 있다. 한 일(一)자, 새길 각(刻)자, 같을 여(如)자, 석 삼(三)자, 가을 추(秋 )자를 쓴다.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는 무릇 ‘15분이 3년처럼 느껴지도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뜻이다.

2023년 계묘년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이 지나 7월이 시작됐다. 시간의 빠름을 새삼 실감케 한다. 일각은 15분이다. 삼추는 세 번의 가을, 곧 3년을 의미한다. 일각여삼추는 시간이 더디 감을 표현할 때도 종종 쓰인다.

일각여삼추는 어떤 중요한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심리적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일각여삼추의 유래는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시경’, ‘왕풍’에는 남녀 간 애틋한 사랑을 비유한 비슷한 표현도 있다.

채갈이라는 시에서 "그대 약쑥 캐러 가시어 하루 동안 못 보아도 세 해나 된 듯하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일각여삼추는 대개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낼 때 많이 쓰인다.

비슷한 말로 여조과목이란 사자성어도 있다. 새가 눈앞을 날아 지나가는 것처럼 세월이 빨리 흐름을 이르는 말이다. 일일삼추, 일일천추, 삼추지사도 있다. 시간이 덧없이 흐르는 것을 이를 때는 세월유수라고도 한다. 세월이 쏜살같다고 하는데, 시간이 빨리 흐름과 동시에 불가역성을 의미한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경계의 뜻도 일각여삼추에 들어있다. '농부가 여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그래서 때맞춰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곤란을 겪는다는 의미다. 시간 낭비에 대한 경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자의 권학편이다.

'소년이 노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은 시간은 쉬이 가고 학문(일)은 이루기 어려우니 한순간이라도 낭비하지 말라는 의미다. 또 우리 속담에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도 있다. 편안함과 단맛에 정신 팔려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중대한 일을 그르친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한해가 지났다. 그러나 국민들은 마치 오랜 세월을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윤 정권이 짧은 기간 동안 너무나도 큰 국정을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논어에서도 자공이 “나라를 다스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하고 묻자 공자는 첫째는 먹는 것이고 둘째는 군대이고 셋째는 신뢰라고 답했다.

다시 자공이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신뢰라고 하면서 “신뢰가 없으면 조직의 존립은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재해와 전쟁을 겪으며 이어 왔지만 한 국가나 어떤 조직이나 가정이 존립할 수 있는 바탕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즉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 리더에 대한 조직원들의 신뢰 그리고 가정에 있어서 부모와 자식 간의 신뢰가 있기에 이 사회가 튼튼히 유지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과의 신뢰를 지켜가고 있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많은 시간이 흐른 것처럼 역동적인 정책을 바로 세우고 있다.

외교에서는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의 정상화 등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핵 도발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 한·미·일 간 글로벌 안보협력 체제를 잔뜩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의 온갖 중상모략에도 불구하고 굴종식 대북정책을 폐기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물가도 얼마큼 안정됐다지만 전 정권의 탈원전 공약 정치의 후유증으로 전기, 가스요금 등이 인상됐다. 문제는 거대 야당 탓(?)에 입법이나 예산심의 등이 힘들어 협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 사사건건 거대 야당의 반대에 부딪히니 국정이 순조로울 까닭이 없다.

촛불정권으로 불린 전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정책 유산이 무거운 부담을 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내년 총선을 통해 다수당 지위를 확보해야 진정한 정권교체 국정의 면모를 갖출 것 아니냐는 견해다. 윤석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노동 개혁 분야는 국민이 기대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이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 개혁이 필수라는 응답이 80.3%로 나타났다. 노조 회계 투명화, 건설노조 폭력 근절, 산업현장의 노사 법치주의 확립 등 모두 국민이 동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래를 대비해 대국민적으로 수용 가능한 정책을 우선하여 추진하고, 대통령과 국회, 국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며, 신뢰성과 투명성 있는 행정 수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길 바란다. 국민과의 소통과 상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앞에서 지적했듯 고전여담의 '일각여삼추' 처럼 빨리 가는 세월과 함께 모든 정책이 바르게 세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