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올해는 폭염과 장마가 어느 해보다 심해서 극복하기가 힘겹다. 서둘러 개장한 해수욕장에 피서객이 몰려들고, 휴가를 즐기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피서 중에서 이열치열(以熱治熱)도 좋지만, 독서만큼 현명한 방법도 없는 듯하다.

책을 읽다가 좋은 글을 접하면 내 이야기 같아 공감하고, 삶을 통찰하고 관조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어 무척 기쁘다.

영국 런던의 정치경제대학교 교수였던 캐서린 하킴(Catherine Hakim)의 매력자본(魅力資本/Erotic Capital)에 관한 글을 감명 깊게 읽으니, 마음과는 달리 어느새 늘그막에 접어드는 자신을 성찰할 수 있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지금은 70세 노인(老人)을 신중년(新中年)이라고 하고, 80세 노인을 초로장년(初老長年)이라고 부른다. 중년, 장년이란 말은 노인이란 말보다 젊고 활기차다. ‘늙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란 말처럼 나이에 걸맞은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어야 하고, 멋지게 나이 드는 시니어(senior)가 되고 싶다.

그 교수가 말한 매력은 잘생긴 외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유머 감각(fine sense of humor)과 활력, 세련미,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기술,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는 멋진 태도나 기술을 말하니, 필자도 늘그막에 이렇게 익어가도록 힘쓰겠다. 이런 멋진 태도나 기술은 나이가 많다고 쇠퇴하지 않고, 오히려 더 좋아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경륜(經輪)이고, 나이 듦의 지혜(知慧)와 여유(餘裕)이고, 매력이며 능력이고 경쟁력이다.

캐서린 하킴 교수는 다음의 다섯 가지를 충실히 실천하면 매력자본(魅力資本)을 갖춘 멋쟁이 노신사(老神士)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하나하나 공감하고 배우며 필자의 생각과 사례 등도 가미하여 본다.

첫째, 얼굴에서 웃는 모습이 떠나지 않아야 한다. “웃읍시다. 항상 웃읍시다! 늘 웃는 얼굴을 하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서 웃는 얼굴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매력 포인트이니 일부러라도 그렇게 하라고 한다.

둘째, 항상 마음에 여유를 가져라! “이러쿵저러쿵 따지고 가르치려 하지 마라.” 나이 들어서 세상사에 불평불만이 많은 것처럼 흉한 것도 없다. 마음에 안 들고 불편해도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웬만한 일들은 모두 양보하며 웃으며 넘겨버려야 멋지고 매력적인 노신사가 될 수 있다.

셋째, 품격(品格)을 지켜라!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매우 긴요하지 않으면 가급적 삼가자. 음식도 적당히 깔끔하게 들고, 음주 후에도 중언부언을 삼가고 몸가짐을 흩트리지 말자. 노인이라고 다 똑같은 노인이 아니다. 시기적절한 유행도 외면하지 말고 수용하자.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외모에도 신경 쓰고 옷차림도 더 가꾸며 중후한 인품을 가진 어르신이 되자.

넷째, 자신의 마음 마당을 항상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향유하자. 세상을 선(善)한 눈과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보자. 삶을 관조(觀照)하면 모두가 존귀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고, 따뜻해지고 중후해진다.

다섯째, 오늘 하루를 만끽하며 살아야 한다. 과거의 일, 특히 "왕년(往年)에 내가….“ 하지 말고, 미래(未來)도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최선을 다하여 오늘 하루를 ‘지금 여기에서’ 즐기시라. 그래야 멋져 보인다.

미국의 유일한 4선 대통령인 루즈벨트의 부인 ‘엘네나‘여사가 남긴 명연설문 중의 한 구절처럼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살고 싶다.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 현상이겠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어느 누구도 쉽게 빚을 수 없는 예술작품입니다.”

그렇다. 오늘이라는 현재에 충실하고 만끽하며 멋지게 나이 들어야 하겠다. 건강을 위하여 운동도 열심히 하고 스트레스(stress) 관리도 잘하자. 부정적인 모든 것은 빨리빨리 지우며 자신의 변해가는 모습을 편안하게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어르신, 학식과 덕망이 두터운 매력적이고 중후(重厚)한 인품을 풍기는 시니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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