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치산치수'는 산지를 관리하는 치산(治山)과 물을 관리하는 치수(治水)를 합친 말이다. 즉 산과 물이 있는 곳을 잘 돌봐 산사태, 가뭄, 홍수 같은 재해를 방지하라는 뜻이다. 치산치수는 예로부터 국가 통치의 기본으로 여겼다. 

지난주 전국에 내린 비로 큰 사상자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 중앙대책본부에서 18일 오전까지 집계한 인명 피해는 사망 41명, 실종 9명, 부상 35명이다.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사망·실종자 수다. 

한반도도 고온다습한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음을 수많은 기상청 보도로 국가는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역대급 폭우'라는 말로 책임을 하늘로 돌리기엔 충분한 준비가 부족했다.  

특히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인재(人災)에 가깝다. 오송 지하차도는 미호강에서 불과 400m 거리고, 주변보다 낮은 지대에 있어 침수 위험을 지닌 곳이다. 그러나 관할 자치단체는 2021년 행안부에 제출한 참고 자료에서 오송 지하차도를 호우경보 시에만 관리하는'3등급'으로 분류했다. 심지어 평가 항목 가운데 침수 위험 부분을'없음(무)'으로 평가했다. 안일한 판단이었다. 

침수위험등급은 1등급(침수위험 매우 높음), 2등급(침수위험 높음), 3등급(침수위험 보통)으로 나눈다. 보통 등급은 침수 위험을 낮게 볼 때 부여된다. 등급이 낮을수록 터널 입구 자동차단시설 설치 등 침수 안전관리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이번 사고에서 확인했듯이 오송 지하차도는 등급과 무관했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한 오송 지하차도에서만 현재까지 14명이 침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잘못된 판단의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사고 대처도 매우 아쉽다. 참사 전에 시민들이 해당 지하차도의 침수 위험을 신고했음에도 경찰과 지자체는 교통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다. 이미 많은 비를 예보한 만큼 사전에 도로를 통제해 차량 진입만 차단했다면 인명 피해는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네 탓'논쟁도 여전하다. 관계 기관은 관할이 다르다는 이유로 재난 상황에서 별다른 대응 없이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한심한 노릇이다. 

사고 뒤에는 항상 '사후약방문'식 재발방지대책이 등장한다. 그러나 어떤 대책도 희생자를 다시 살릴 수는 없다. 사고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우리가 사고 뒤에 책임을 묻는 이유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해마다 생겼고, 관련 대책도 해마다 나왔다. 그러나 올해 역시 사상자가 발생했다. 반복되는 허울뿐인 대책 대신 폭우 사고를 예방할 실효성 있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어떠한 신고든 한곳에 하면 조치가 되는 시스템을 구비 하여야 한다. 사고 난 것을 파악하여 통계를 내는 중앙안전대책본부가 아닌, 사고 전에 대책을 세워 예방하는 예방대책본부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인재(人災)를 막아야 한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안전관리에서 '설마'라는 안이한 생각은 대형 사고를 부른다. 지난 과정을 지독하게 반복하며 톺아봐야 한다. 안전에 완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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