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이 0.78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제일 낮다고 하니 큰일이다. 출산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요즘 많이 실감한다. 장성한 조카들이 많지만 결혼엔 관심이 없다. 주변에 결혼 안한 자녀도 많지만 결혼을 했더라도 아이를 안 낳는다는 지인들의 자녀도 있으니 걱정이다. 모임에서도 예쁜 손주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우리 자식들은 아이를 낳아주어 할머니라고 부르는 손주들이 있으니 참 다행이지 싶다.    

핸드폰 속 손주들의 사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몇 달 전 며느리가 원하던 취업이 되었다며 손녀 좀 봐 달란다. 아이를 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지금도 여러 가지로 바빠 정신없이 지내고 있어 고민되었다. 며칠 숙고 끝에 방법이 없어 손녀를 봐주기로 했다. 다행히도 어린이집을 다니기 때문에 오후에 몇 시간만 봐주면 된다.이 기회에 손녀딸하고 신나게 놀아보자 생각 하니 마음이 편했다. 

드디어 며느리가 출근하는 첫 날 손녀가 도착할 시간에 맞추어 마중을 나갔다. 어린이집 차에서 내리는 손녀를 안아 내리면서 서투른 육아가 시작되었다. 우리 애들을 시어머님이 봐 주셨고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아이 보는 것이 많이 어색했다. 차에서 내린 손녀는 놀이터에 있는 그네를 제일 좋아한다. 어느 날은 그네를 한 시간 반을 탈 정도다. 뜨거운 태양을 뒤로 하고 그네를 밀어주다보면 힘은 들지만 좋아하는 손녀의 표정에 힘든지도 모른다. 더운 날 밖에서 놀기 때문에 목이 마를 것 같아 음료수 등을 가져다 먹이곤 한다. 지금은 "맛있는 거 먹자"며 할머니 가방을 마구 뒤진다. 그런 모습이 너무 앙증맞다. 

이런 예쁜 손녀와 놀면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소중해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노는 모습을 순간순간 사진 찍어 일기장에 넣으니 보고 또 보아도 좋다. 아파트에 안 살아봐서 어색한 할머니에게 4살의 손녀는 저만 따라 오란다. 엘리베이터 층수도 직접 누르고 계단을 오를 때도 층수를 제대로 알고 집을 찾아간다. 놀이터에서 집으로 가는 길도 잘도 찾아간다. 이런 손녀가 천재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 일게다.

서너 달 아이를 보면서 내 자식을 키워주신 시어머님 생각이 많이 났다. 일하는 며느리를 둔 죄로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생각하며 역지사지의 교훈을 마음속에 새긴다. 하루 종일 아이를 보시면서 며느리 퇴근할 때만 기다리시다가 모임이나 야근할 때 늦는다고 전화하면 힘이 쭉 빠진다고 하셨던 말씀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이렇듯 육아 문제는 참 힘들다. 그래도 우리 미래인 아이를 잘 키워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결혼과 아이를 기피하는 이유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여성의 경제활동증가, 무엇보다도 집값상승이 큰 요인이지 싶다. 자식을 낳아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젊은이들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손주라도 돌보아 주는 것이 큰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손녀하고 놀며 쓴 육아일기의 페이지가 늘어날수록 나의 행복도 덩달아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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