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희동 기상청장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로 에어컨 없이는 밤잠에 들기 어려울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갈수록 더워지고 있으며 한반도에 기후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기후학자 쾨펜의 기후 구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냉대기후와 온대기후가 혼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구분법은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별 기후 특색을 제대로 반영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열대 기후를 분류하는 대표적인 구분법 중에 우리나라의 지역별 기후 특색을 가장 잘 반영한다고 평가되고 있는 것은 트레와다의 기후형 분류이다. 이 분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온대 내륙성 기후가 가장 넓게, 그다음으로 온대 해양성, 아열대 습윤 기후형 순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하여 아열대 기후형의 면적이 점차 넓어지고 있으며, 미래 전망을 살펴보아도 아열대화 추세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열대 기후란 지역적으로 열대와 온대 사이의 지역(위도 25~35도)에서 볼 수 있는 기후를 말하는데, 아열대 기후 지역의 경계가 점차 북상하여 21세기 후반에는 대부분의 경상도와 전라도, 그리고 충청남도까지 아열대 기후형에 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서는 인위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기후변화를 전망하고자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생산하여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고 있다. 기후란 해마다 되풀이되는 보편적인 대기의 종합적인 상태를 말하며,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최근 30년 사이의 평균값으로 현재 기후의 기준을 삼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름철 폭염일수는 8.8일이고, 열대야일수는 3.2일이다. 즉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친환경적인 경제성장을 이룬다고 한다면 21세기 전반기의 폭염일수는 16.8일, 열대야일수는 15.7일, 후반기의 폭염일수는 24.2일, 열대야일수는 22.4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정책 없이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된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21세기 전반기의 폭염일수는 17.8일, 열대야일수는 15.4일로 친환경적인 경제성장을 이룬다고 가정했을 때의 증가 폭과 비슷하다. 하지만 21세기 후반기의 폭염일수는 79.6일, 열대야일수는 68.4일로 폭염은 현재의 약 10배, 열대야는 20배 정도 많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야말로 폭염과 열대야가 일상이 되는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폭염과 같은 고온 현상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한다면 온열질환 발생, 기저질환 악화와 같은 문제가 더 증가하여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는 2100년 지구 기온의 상승 폭을 1.5℃ 미만으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인간 활동에 기인한 전지구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까지 감소시키고, 2050년에는 탄소의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와 시민사회, 지역공동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미래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희망을 가지고 실천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고 온실가스 감축 등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노력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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