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재 학(미래예측학 박사)

해시(亥時)는 하루 중 오후 9시30분∼밤 11시30분 사이이며, 해월(亥月)은 1년 중 음력 10월, 양력 11월에 해당한다.

일 년 중에 해월(亥月)은 모든 추수가 끝나고 풍요를 누리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다. 즉 모든 생산 활동은 이미 끝나고 양식을 비축해 둔다든가 봄에 뿌릴 씨앗을 가려놓는 등 겨울을 나기위한 준비를 하는 시기이다.하루 중에 해시(亥時)는 하루의 일을 마무리하는 시기이다. 밤이 이미 깊어져 외부 활동을 할 수는 없는 시기로 다음날을 위한 준비를 해놓고는 편히 쉬는 시기이다.

해월(亥月)과 해시(亥時)에 돼지가 배치되어 있다. 돼지는 사람을 위해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새끼 많이 낳는 것이 최고다. 그저 먹고 자기만 하기 때문에 '게으르다'는 이미지도 있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최고라 생각하여 '풍요'와 '다복(多福)'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돼지는 고기를 먹는데 덩치 또한 크기 때문에 '양식'을 비축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으며, 새끼를 많이 낳기 때문에 '다산(多産)'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돼지의 의미들을 볼 때 한 해를 마무리하고 겨울을 대비하는 해월(亥月)과 하루를 마무리 하고 다음날을 위해 푹 쉬는 해시(亥時)에 아주 잘 어울리는 동물일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해월(亥月)과 해시(亥時)에 돼지를 배치해 놓고 돼지의 의미처럼 풍요로운 속에 근심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살며, 자손이 무궁하게 번성하기를 희망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돼지의 놀고먹는 특성을 빗대어 돼지띠로 태어나거나 사주팔자 중에 해(亥)라는 글자가 많이 있으면 먹을 복이 있다고 하기도 하고, 게으른 면이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돼지띠는 식성이 좋고 욕심이 많으며 주로 얼굴이 검은 경향이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2지지를 원으로 나열할 때 돼지띠에 해당하는 해(亥)와 뱀띠에 해당하는 사(巳)가 대칭으로 위치한다. 그러면서 사주 용어상 해(亥) 맹렬한 물의 기운이요, 사(巳)는맹렬한 불의 기운으로 서로 대립을 하는 양상이며 이들의 대립을 상충(相沖)이라고 부른다. 그러다 보니 각 띠에 해당하는 돼지와 뱀 역시 상충이라 하여, 사람역시 이러한 띠끼리는 부부 궁합은 물론이요 사업이나 직장 동료로서도 궁합이 좋지 않다고 한다. 또한 오행에서 수는 화를 극한다. 그렇기에 돼지는 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실제 돼지는 비계가 많아서 뱀의 독이 잘 퍼지지 않기에 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우연에 의존한 속설 일뿐 돼지와 뱀이 서로 앙숙이거나 돼지띠와 뱀띠가 궁합이 나쁜 것은 아니다. 이런 부분은 신비주의(神秘主義)적 관점이나 혹은 재미로 하는 말일 뿐 사람이 띠의 습성을 닮지는 않는다. 실제 돼지띠인 사람이 위의 특성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우연에 의한 것일 뿐 띠나 사주상에 존재하는 해(亥) 때문인 것은 아니다.

사주학이나 동양의 전통 학문을 공부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지나친 신비주의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시중의 검증되지 않은 여러 책들과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속에 빠져들기 쉬운 수없이 많은 그럴듯한 속설들이 많다.

단지 그런 경향이 있거나, 주변 사람이나 자신을 보니 대략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하여, 혹은 그럴듯함에 재미삼아 정확한 검증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소 재 학(미래예측학 박사)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